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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월세 1000만원 거뜬하죠”… 대학가 점령한 ‘셀프스튜디오’

조선비즈 조회수  

“여긴 건대 앞 특 A급 상권인데, 권리금 3억, 월세 1000만원을 주고도 셀프스튜디오가 살아남는다는거죠.”(화양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10일 찾은 서울 광진구 화양동 서울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인근 셀프스튜디오 밀집 골목. 바로 옆 점포에 셀프스튜디오 두 곳이 나란히 들어섰다. 이 블록에만 셀프스튜디오가 5곳이 넘게 있다. /백윤미 기자
10일 찾은 서울 광진구 화양동 서울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인근 셀프스튜디오 밀집 골목. 바로 옆 점포에 셀프스튜디오 두 곳이 나란히 들어섰다. 이 블록에만 셀프스튜디오가 5곳이 넘게 있다. /백윤미 기자

10일 낮 찾은 서울 광진구 화양동 서울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앞 상가 골목. 고깃집과 술집이 양 쪽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좁은 도로 사이에 몇 발짝 건너 한 개 씩 눈에 띄는 점포가 있었다. 가게 마다 일반인 얼굴이 붙은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지만, 사진 콘셉트가 겹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최근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셀프스튜디오들이다. 셀프스튜디오 내부에는 평일 낮 시간임에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촬영 전 거울을 보며 사진을 찍기 위해 단장 중인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셀프스튜디오는 과거 유행했던 ‘스티커사진’과 비슷한 콘셉트로 몇 년 전 ‘인생네컷’을 중심으로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당초 인생네컷도 건대 인근 길거리에 자판기 형태로 자리했지만, 인기를 끌자 지금의 점포 형태를 갖추게 됐다. 이후 셀프스튜디오 프렌차이즈까지 생겨나면서 대학가에만 수 십 개의 셀프스튜디오가 자리잡고 있다.

과거 ‘대만카스테라’ 등 한 철 유행 후 줄줄이 폐업하는 사례도 많았지만 업계에서는 셀프스튜디오의 유행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실제 건대입구역 1번 출구 인근에 있는 한 셀프스튜디오는 문을 닫은 채 공사 중이었는데, 업종 변경이 아니라 브랜드 리뉴얼을 위한 공사를 하고 있었다.

리뉴얼 공사를 하고 있는 셀프스튜디오. '리뉴얼 중입니다. 새로운 브랜드로 만나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백윤미 기자
리뉴얼 공사를 하고 있는 셀프스튜디오. ‘리뉴얼 중입니다. 새로운 브랜드로 만나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백윤미 기자

건대 인근에서 셀프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처음에는 2030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했지만, 점차 동창회나 산악회 등 5060을 주축으로 한 모임에서 셀프스튜디오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 “수요층이 늘어나기 때문에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셀프스튜디오 임대를 여러 건 성사시켰다는 화양동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셀프스튜디오도 카메라 각도와 조명, 반투명 필름 등 콘셉트가 다양해서 유행이 지나거나 사업성이 나오지 않으면 리뉴얼을 통해 다시 오픈하기 때문에 문의가 꾸준하다”면서 “다른 업종보다 수익이 덜 남는다고 하더라도 무인으로 운영돼 인건비가 절감되고 고정비용도 덜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10일 건대 인근 한 셀프스튜디오 내부 전경. /백윤미 기자
10일 건대 인근 한 셀프스튜디오 내부 전경. /백윤미 기자

실제로 국내 사진촬영 및 처리업 사업체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9138개에 불과했지만, 지난 2018년 9662개로 급증한 뒤 2019년 9862개까지 늘어났다. 최근에는 1만개를 넘어 섰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셀프스튜디오가 늘어난 만큼 경쟁도 심해졌다. 창업한지 1~2년 내 폐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셀프스튜디오는 기기 구입 비용이 대당 1500만원 수준으로 창업 비용이 낮은 게 장점이지만, 폐업 시에는 500만원 안팎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창업 이전 주변 입지 등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종필 상가레이다 대표는 “요즘 추세론 폐업보다는 가게를 넘기는 추세이기 때문에 기곗값보다는 트렌드의 지속성을 염두해야 한다”라면서 “유행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당장 벌이가 좋다고 창업이나 투자 비용을 크게 가져갈 경우 원금만 겨우 회수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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