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정부가 230조 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을 위해 내달부터 PF사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한다. 또한 부동산 PF사업장 재구조화 및 정리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과 보험사가 5조원 규모 공동대출을 조성한다. 1조원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PF정상화 펀드를 조성하고 우선매수권을 도입해 자금 집행력을 높이는 용도로 활용할 예정이다.
1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발 금융위기 사태 이후 PF 리스크가 국내 경제 최대 뇌관으로 부상하자 다양한 연착륙 방안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고금리·고물가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사업성이 극히 낮은 사업장들에 대해서도 정리가 지연되고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치솟아 이번 추가 대책을 내놓게 됐다.
일단 금융당국은 부동산PF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 등급 기준을 강화한다. 현행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하고, 사업성 부족 사업장(유의·부실우려)에 대한 적극적인 사후관리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 경우 ‘유의’ 등급 사업장은 재구조화 및 자율매각을 추진하고, 사실상 사업 진행이 어려운 ‘부실우려’ 사업장은 상각이나 경·공매를 통한 매각을 진행하도록 했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금융회사들이 바뀐 기준에 따라 PF 사업장을 재평가하게 될 전망이다. 금감원이 7월부터 평가 및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에 나선다.
평가 대상에 기존 부동산 PF 대출 이외에 위험 특성이 유사한 토지담보대출 및 채무보증 약정까지 넣었으며, 평가 기관에 타 부처 관리·감독을 받는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것도 특징이다.
이에 따라 PF 사업성 평가 규모는 작년 말 기준 약 230조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금융당국이 그간 관리·공표해온 PF 대출 잔액 규모(작년 말 기준 135조6000억원)에 비해 100억원가량 증가한 수치다.
금융당국은 구조조정(유의·부실우려 등급) 대상 사업장 규모가 전체의 5~10% 수준일 것으로 추산했다. 전체 사업장 규모(230조원)를 고려해볼 때 23조원 규모의 PF 사업장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의 재구조화·정리에 필요한 자금은 공공·민간금융이 함께 대기로 했다.
우선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충분한 은행·보험업권이 다음 달 1조원 규모로 공동대출(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해 민간 수요를 보강하고, 향후 상황에 따라 최대 5조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 공동대출은 PF 사업성 평가 결과에 따라 경·공매를 진행하는 PF 사업장에 대한 경락자금대출, 부실채권(NPL) 매입 지원, 일시적 유동성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1조1000억원 규모의 캠코 펀드의 자금 집행 제고를 위해 우선매수권 도입을 추진한다. 캠코 펀드에 PF 채권을 매도한 금융회사에 추후 PF 채권 처분 시 재매입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으로, 매도자·매수자 간 가격 협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캠코는 최근 태영건설이 참여했던 성수동 사업장을 매입 완료하고 재구조화를 추진 중이다.
이와 별도로 캠코는 올해 중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업권에서 4000억원의 부실 채권을 추가 인수하기로 했다
아울러 PF자금을 지원한 금융회사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한다. 부실화된 사업장에 금융회사가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기존에는 ‘요주의 이하’로 건전성이 분류됐으나 한시적으로 신규 추가 자금에 대해선 ‘정상’으로 분류한다. 또 투자를 결정한 임직원에 대한 면책 범위도 확대한다.
다만 PF 구조조정 본격화 시 충당금 적립 부담 증가 등으로 제2금융권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책임 준공이나 보증 등을 담당한 건설사로 부실이 전이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새 사업성 평가 기준에 따라 등급 강등이 예상되는 사업장이 대부분 브릿지론·토지담보대출 단계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본PF 비중이 높은 건설사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박상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금융권이 그간 쌓은 충당금 적립 총액이 100조원 가량 되는데, (추가로 쌓아야 하는 충당금은) 그에 비해 굉장히 미미하다”고 말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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