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대한 ‘옥석 가리기’ 작업이 다음달부터 본격화한다.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를 강화해 사업성이 충분한 사업장에는 신규 자금을 공급하고, 부실 사업장은 스스로 재구조화·정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기로 했다. 약 230조원 수준의 부동산PF 사업장 가운데 5~10% 가량이 부실 사업장으로 분류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은 13일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안’을 발표했다. 사업장 평가 기준을 개선해 정상 사업장에는 자금공급을 강화하고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에는 재구조화와 정리를 지원하는게 핵심이다.
먼저 그간 뚜렷한 기준이 없었던 사업장 평가 기준을 개편해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부실 사업장을 선별할 수 있게 했다. 현재 금융당국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는 본PF, 브릿지론 등 PF 대출 외에도 토지담보대출이나 채무보증 약정도 평가 대상이다. 부실 우려가 높은 새마을금고도 평가 대상으로 포함한다.
평가등급도 세분화했다. 기존 양호·보통·악화우려 등 3단계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악화우려 등급을 ‘유의’와 ‘부실우려’로 세분화했다. 예컨대 본PF의 경우 공정과 분양 절차가 당초 계획 대비 매우 부진하거나 준공예정일 이후 장기간이 경과한 사업장은 부실우려 등급으로 구분하도록 기준을 구체화했다.
유의 등급 사업장은 재구조화 또는 자율매각을 추진하도록 금융감독원이 직접 계획서를 징구해 점검한다. 부실우려로 구분된 사업장은 상각이나 공·경매를 통한 매각을 추진하도록 한다.
금융회사가 구분한 평가 등급에 따라 금감원에 사후관리 계획을 제출하면 점검과 지도가 뒤따른다. 다음달부터 평가를 개시해 7월 점검, 8월에는 평가 결과 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옥석 가리기’를 마친 사업장 가운데 정상 사업장에는 자금공급을 강화한다. 주택 사업장 뿐만 아니라 비주택 PF 사업장에 대한 보증 프로그램을 4조원 규모로 신설한다. 증액 공사비용이 필요한 사업장에는 추가 PF보증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전체 PF 사업장에 대한 보증 규모를 현행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성 부족 사업장은 금융회사가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회 이상 만기연장이 이뤄진 사업장에는 만기연장을 위한 대주단 동의 요건을 상향한다. 은행과 보험을 중심으로 최대 5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해 경·공매를 진행하는 사업장에 유동성과 부실채권(NPL) 매입 등을 지원한다.
금융당국에서는 이번 조치에 따라 전체의 90~95%가 정상 사업장으로 분류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부실 사업장으로 분류되는 5~10% 가운데서도 경·공매 단계로 이어질 만큼 사업성이 악화된 사업장은 2~3% 수준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2022년 10월부터 소위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부동산 PF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관성 있게 질서있는 연착륙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내놓은 정책”이라면서 “사업성 평가 과정에서 옥석을 가려주면서 불확실성을 줄이고, 정상 사업장에도 돈이 투입될 수 있도록 감내 가능한 체력 내에서 단계적·순차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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