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누군가에게 ‘링컨’이라는 단어를 말했을 때, 과거 미국의 노예 해방을 이끌고 하나 된 나라를 만든 역대급 대통령의 이름 대신 ‘포드(Ford)’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를 먼저 떠올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링컨은 모(母)회사 포드만큼이나 유서 깊은 107년여의 역사를 갖고 있는, 그리고 실제로 그 이름의 근원을 ‘에이브러햄 링컨’에 두고 있는 정통 아메리칸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다.
오늘 소개할 링컨의 중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SUV) ‘노틸러스(Nautilus, 영어로 앵무조개)’ 지난 2023년 11월 국내에 출시된 3세대 모델이다. ‘링컨’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자동차인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의 여지가 있겠으나, 적어도 이 차가 3대를 거치며 미국 차 답지 않은 풍부한 옵션과 멋들어진 실내, 강력하면서도 부드러운 주행 성능 등을 갖추며 진화를 거듭해 왔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정도면, 국내 프리미엄 중형 SUV 시장에서 의외로 좋은 선택지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충분히 든다.
평범한 듯 품격 느껴지는 독특한 외관
노틸러스의 외관은 상당히 독특하다. 상·하부를 합해 상당히 큰 존재감을 과시하는 전면 그릴, 그리고 그와 구분 없이 하나로 이어지며 다소 존재감이 옅은 헤드라이트, 프레임과 어우러지며 자연스럽게 모습을 감추고 있는 도어 핸들 등은 다소 평범한 듯하면서도 나름의 품격이 느껴진다. 이름처럼 기원전 약 5억만년 전부터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살아있는 화석’, 앵무조개와의 디자인적인 유사성을 찾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중형 SUV 중에서는 덩치가 가장 큰 편이라는 점도 특징. 전장 4908mm, 축거 2900mm로 동급인 현대자동차 싼타페, 기아 쏘렌토보다 각각 10cm가량 큰 것은 물론, 준대형 급인 현대차 팰리세이드와는 동일한 길이의 축거를 자랑한다. 제네시스 GV80 쿠페(전장 4965mm, 축거 2955mm), 볼보 XC90(전장 4955mm, 축거 2984mm)와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캐치프레이즈 그대로… ‘감각이 깊어지는’ 멋진 내부
하지만 이 차의 백미는 내부 디자인이다. 대시보드 상단을 에두른 48인치 파노라믹 스크린을 비롯해 라인등이 아닌 손톱이 할퀸 듯한 파도 모양의 앰비언트 라이트, 베이지색의 침착한 가죽 톤, 군데군데 더해진 은색 장식 등 멋스러운 공간이 펼쳐진다. 특히 넓다 못해 광활하기까지 한 파노라믹 스크린은 연신 보랏빛으로 빛나며 운전자에게 보는 맛을 선사한다. 노틸러스의 캐치프레이즈(선전 문구)인 ‘당신의 감각이 깊어지는 공간’이라는 문장 그대로다.
신기하면서도 유용한 옵션들도 돋보인다. 웬만한 마사지 의자만큼 강력한 1열 안마 기능을 포함해 △은은하게 퍼지는 ‘디지털 향기’ △차 키가 없어도 운전석 앞뒤 도어 사이의 필러에서 비밀번호를 눌러 차량 문을 여는 ‘시큐리코드’ 기능 △45도 각도로 비스듬하게 만들어져 사용이 편리한 무선 스마트폰 충전 △하만의 프리미엄 라우드 스피커 브랜드인 ‘레벨(Revel)’의 ‘울티마 오디오 시스템(Ultima Audio System)’ 등 옵션에 굉장히 힘을 많이 줬다는 것이 느껴진다.
체급이 큰 만큼 내부 공간도 굉장히 여유롭다. 특히 넓은 다리 공간(레그룸)과 트렁크가 그러한데, 레그룸은 174cm 성인 남성 기준 무릎과 1열 시트 사이에 주먹 3~4개 정도가 들어갈 정도로 넓으며 머리 공간(헤드룸)의 경우 큰 주먹 한 개 정도는 들어갈 정도로 적당한 여유가 있다. 또 팔을 걸쳐도 될 정도로 두툼한 문의 어퍼(위쪽) 트림과 암레스트도 든든하다.
하이브리드를 넘보는 부드러운 주행감… 생각 이상이네
주행감은 생각보다 훨씬 부드럽고 정숙하다. 차를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가솔린인지 하이브리드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쫀쫀함보다는 부드러움을 중시한 세팅으로, 여기에 노면 소음도 크게 없고 이중 접합유리를 적용해 조용하기까지 하다. 충격을 고스란히 흡수하는 느낌은 아니지만 방지턱도 큰 흔들림 없이 잘 넘고, 핸들도 굉장히 부드러운 타입이라 ‘고급차 답다’는 생각은 확실히 드는 편.
출력도 체급 대비 시원하게 뻗는 편이다. 물론 이전 2세대 모델이 333마력의 V6 2.7L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있던 것을 생각하면 현재의 4기통 2.0L 가솔린 터보 엔진(252마력)은 분명한 다운그레이드가 맞긴 하나, 일반적인 도심과 고속도로 주행에서 답답함이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라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을 듯하다. 물론 가솔린 단일 트림으로 판매되는 만큼 추가적인 파워트레인 선택지가 없다는 점은 아쉬울 수 있겠지만 말이다.
연비는 아무래도 중형급 가솔린 차량인 데다 4륜구동(4WD) 모델인 만큼 높은 편은 아니다. 80km가량 주행한 이후 평균 8.0km/ℓ 정도가 나왔는데, 이는 9.0km/ℓ의 복합 연비보다는 낮고 7.9km/ℓ인 도심 연비 대비 소폭 높은 수치다. 고속도로 연비는 10.9km/ℓ다.
외부 SW 충돌·직관성 떨어지는 조작방법 등은 아쉬움
장점이 돋보이면 단점도 도드라지는 법이라고 했던가. 우선 카플레이를 무선으로 활용해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을 켤 경우 간혹 발생하는 충돌 현상이 아쉬웠는데, 일례로 내비게이션이 켜지지 않거나, 파노라믹·메인 디스플레이에서 동시에 내비게이션 화면을 띄워주지 못하는 현상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내비게이션을 몇 차례 다시 실행하면 켜지긴 한다만,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켠다든지, 스마트폰이 충전 등으로 과열돼 과부하를 받는 상황은 경계하며 사용하는 편이 좋을듯 하다. 사소한 부분일 수 있겠으나 추후 링컨 측에서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변속기어가 레버식이 아닌 버튼식으로 돼 있는 점도 독특하긴 하나 직관적이라 하긴 어렵다. 깔끔해서 보기 좋긴 하나, 조금만 손을 내려도 손안에 들어오는 일반적인 형태의 기어봉과 달리 버튼이 꽤 밑에 달려서 팔을 기존 대비 더 길게 뻗어서 눌러야 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버튼 위치도 사용함에 따라 익숙해지기야 하겠다만 정면을 주시하면서 조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듯 하다. 역시, 기존과 다른 새로운 시스템을 제시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의외의 맛집’ 같은 차… 남들과 다른 독특함 원한다면
훌륭한 내부 디자인과 여러모로 신기하고 다양한 옵션들, 부드럽고 준수한 주행 성능까지. 노틸러스는 전반적으로 고루 체급이 높은 만능형 SUV를 찾는 이들에게 의외로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차다. 마치 아무런 기대 없이 들어갔던 음식점이 맛집인 것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나름의 약점도 있고, 중국 제조 차량이라는 데에서 오는 거부감도 생길 수 있겠지만, 이미 해외 완성차 브랜드들의 중국 공장 생산 제품 퀄리티가 무시무시하다는 점은 이미 많이들 알고 계실 터. 내구성에만 치중해 옵션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 기존의 미국 차들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맛이 있는 차인 만큼, 도로에서 흔하지 않은 존재감을 뿜어내고 싶은 오너라면 한 번 고려해 보심이 어떨지.
이 차, 누가 사면 좋을까?
고르게 높은 능력치를 갖춘 중형 SUV를 원하는,
그리고 흔하지 않은 독특한 차를 원하는 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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