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언론이 12일 조태열 외교장관 방중을 하루 앞두고 미국 등 서방국에 치우친 한국의 불균형한 외교정책을 조속히 바로잡을 때라고 압박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이날 저녁 게재한 잔더빈 상하이 대외경제무역대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의 기고문을 통해서다. 잔 주임은 기고문에서 미국과 일본의 밀착 관계로 한국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한국이 G7 정상회담에 초청받지 못하는 등 “한국 내에서 외교정책 성패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서방국, 특히 미국이 한국에 원하는 것은 의사 결정 참여가 아닌,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라는 점을 한국은 진작 인식했어야 한다”며 “이제라도 한국이 불균형한 외교정책을 조속히 바로잡을 때”라고 전했다.
잔 주임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국은 미국·일본·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G7(주요7개국) 등과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외교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국·러시아·북한과 같은 국가에 맞서 친서방 편에 섰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미국 등 서방국은 한국의 의사결정 참여보다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며 “특히 일본은 G7의 유일한 아시아 회원국으로서 한국이 이에 도전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짚었다. 또 미국은 자국의 패권이 위험하다고 느낄 때만 한국을 일시적으로 참여시키고 있을 뿐인데, 한국에 청구하는 계산서는 계속해서 늘어가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잔 주임은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러시아 등과의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 조정에서 자율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은 특히 북·중·러에 대한 정책 측면에서 미·일 등 서방국과 이해관계가 다르다며 한국에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은 국가안보와 발전을 보장하는 전제조건으로, 이는 한국이 북·중·러 등 주변국과의 화해에 달려있음을 강조했다.
잔 주임은 “한국의 강점은 대륙과 해양 국가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한다는 점이지만, 현 정부는 이러한 가장 유리한 지정학적 조건을 포기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G7 회원국인 독일과 프랑스도 한국만큼 극단적인 대중국 정책을 선택하지 않고, 미국조차도 중국과의 관계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에 균형외교 정책을 요구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앞서 11일자 사평에서 이달 말 열리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한국의 (미국에 치우친) 불균형 외교를 바로잡을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한국의 균형외교를 촉구한 바 있다.
조태열 외교장관은 13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다. 지난 1월 취임 후 처음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늦게 카운터파트인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처음으로 대면 회동을 한다. 이 자리에서 한·중 관계 발전, 북핵·북한문제, 공급망 협력, 고위급 교류 등 다양한 의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 내에선 조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그간 냉각된 한중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둥샹룽 중국 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 및 글로벌 전략연구소 연구원은 13일 환구시보를 통해 “한국은 중국과 같은 중요한 정치·경제 관계가 있는 이웃을 뒀지만, 외교장관의 중국 공식 방문 횟수는 많지 않은 편”이라며 “양국 간 일부 현안에 이견이 존재하고 양국민 정서가 상충하는 상황에서, 외교장관 방문 등과 같은 방식으로 효율적으로 소통하고 이해를 증진해 마찰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둥 연구원은 “이번 한국 신임 외교장관의 방중이 한·중 간 소통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갈 기회를 제공하고, 이번 방중을 통해 한·중 양국 간 쟁점을 더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처리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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