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의 업무보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압봉으로 가격한 군 장교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법 형사4-2부(박영재 황진구 지영난 부장판사)는 특수폭행, 폭행, 모욕 등 혐의로 기소된 영관급 장교 A씨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선고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보다 다소 감형됐지만 여전히 유죄가 인정돼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영관급 장교 A씨는 2021년 11월 위관급 장교 부하직원 B씨가 업무보고를 하자 “왜 이런 식으로 진행했냐”고 질책하며 자신의 책상 뒤에 있던 진압봉을 들어 B씨의 등을 1∼2회 가격한 혐의를 받았다.
그해 12월 사무실에서 진압봉으로 B씨가 앉아 있던 의자 등받이를 3회 내리친 혐의도 있다.
A씨는 맨손으로 B씨의 목덜미를 강하게 쥐면서 “똑바로 좀 하라”고 말하거나 표정이 좋지 않은 B씨에게 기분을 풀라며 목덜미를 움켜잡는 등의 행위도 했다.
A씨 측은 B씨를 진압봉으로 가격한 사실이 없고 진압봉이 위험한 물건도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는 모두 A씨 행위가 유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B씨의 피해에 대한 증언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진압봉이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는 A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압봉의 본래 목적이 소요, 폭동, 반란 등을 진압하는 것이고 진압봉 자체도 길이 30~50cm의 단단한 플라스틱 재질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A씨가 진압봉 가격 당시 B씨가 아프다는 소리 냈고 실제로 아파했던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진압봉은 군형법상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에게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가족과 동료가 선처 탄원하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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