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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빅사이클의 시작] 투자시장 흔드는 AI 유니버스… ‘반도체부터 전력·전선’까지 헤쳐모여

아주경제 조회수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국내 주식시장에서 인공지능(AI)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이제는 증시를 움직이는 하나의 메가 트렌드로서 반도체는 물론 유틸리티 산업까지 그 생태계를 넓혔다. 증권가에서도 AI 테마의 영향력에 대해 이견이 없다. 가시적인 수혜가 기대되는 반도체 후공정 영역부터 전력, 전선에 이르기까지 장기적인 투자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삼성·SK하이닉스 각축전 속 후공정 수혜 가시권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달 10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반도체 밸류체인 내 기업들을 편입한 KRX반도체지수는 11.05% 올랐다. 이 기간 2.17% 오른 코스피지수 대비 5배 가량 상승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 공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외국인 자금은 지난해 11월부터 4월까지 6개월 연속 들어오고 있고, 아직 초순이긴 하지만 5월에도 연이어 유입되고 있다. 다만, 주식시장 전반에 걸친 매수 자금이 아닌 반도체 섹터만 겨냥해 흘러들고 있다.

바로 AI 때문이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AI 기술을 접목시키고 구현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간에 데이터를 학습하고 추론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AI반도체 수요가 미국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확대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AI반도체는 지난 3월 엔비디아가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인 ‘GTC 2024’에서 공개한 ‘블랙웰(B200)’이다. 이 최신 AI반도체에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8개가 탑재되는데, SK하이닉스가 유일하게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SK하이닉스와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양사의 격차는 실적과 주가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1조9100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영업이익 2조8860억원) 주가가 연초 이후 이달 10일까지 26% 오르는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0.5% 떨어지며 양사의 온도차를 방증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양사에서 파생된 낙수효과가 전·후공정을 맡고 있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로 연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양품 여부를 구분하는 전기적특성검사(EDS)와 패키징공정 등을 아우르는 후공정 업체에 가시적인 수혜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시차를 두고 전공정 부문으로 AI 특수 효과가 전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류형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강한 AI 수요로 반도체 업계의 흑자전환이 이어지고 있고 공급단으로도 온기는 확산되고 있다”며 “증설 수혜 강도가 큰 후공정의 주가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업계의 이익 성장과 높아지는 생산 제약 리스크 속 그간 수요가 강했던 후공정뿐 아니라 전공정으로도 생산설비투자(Capex) 확대 온기가 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류 연구원은 후공정 관련주로 피에스케이홀딩스를 포함해 이오테크닉스, 리노공업 등을 선호주로 제시했고 D램 전공정 투자 재개 수혜주로 피에스케이, 유진테크를 꼽았다. 이와 함께 낸드플래시 최선단 공정 전환 투자 및 가동률 회복 수혜주로 HPSP를, D램 대비 낸드플래시 비중이 큰 솔브레인, 하나머티리얼즈 등도 선호주로 지목했다.
 

유틸리티 AI 유니버스에 편입… 숨은 ‘금광’

이런 가운데 AI 생태계가 전력, 전선, 에너지 등 유틸리티 산업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대규모 전력 수급 없이 AI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기존의 화석연료를 포함해 원자력, 신재생 에너지까지 모두 동원돼야 필요 전력을 충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세계 각 기관들로부터 전력 수급 전망 보고서들이 연이어 나왔다. 미국 3대 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는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데 2030년까지 약 323테라와트시(TWh) 규모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는 뉴욕시 연간 전력 소비량인 48TWh 대비 7배 가까운 수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당장 2년 뒤인 2026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22년의 2배가 넘는 800TWh 이상이 소비될 것으로 예측했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전력 누수 없이 일정한 양의 공급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막대한 전력 수급 없이 AI 구현은 사실 상 불가능하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먼저 움직였다. 지난 4월 벤처캐피털(VC)인 앤드리슨 호로위츠와 함께 태양광 스타트업인 엑소와트의 2000억 달러(한화 약 276억원) 투자에 참여했다. 이를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데이터센터의 엄청난 전력 수요를 처리하는 임무가 부각되고 있다 점을 부각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이미 일부 관련주들 사이에서 수혜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연초 이후 현재까지 주가 상승률 상위 5개 종목 내 AI 관련주들만 3개가 포진해 있다. 

이 가운데 전기를 저장하고 전류를 관리하는 전해콘덴서 전문 기업인 삼화전기(301.84%)와 전력 및 통신케이블을 주력으로 각종 전선류를 제조·판매하는 대원전선(295.85%) 등 2개 종목이 나란히 1, 2위에 올라 있다. 

범위를 넓혀 보면 4위에 전압 조율을 위한 변압기를 생산하는 제룡전기(273.57%)가, 12위에 LS전선 자회사이자 전력케이블 및 통신케이블 등을 전문으로 하는 가온전선(207.55%)이 있다. 22위와 23위에 송·배·변전선용 금구류 제조 사업을 영위하는 세명전기(144.76%)와 LS산전(143.17%)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따른 전력 급증 수혜감이 섞이면서 5달 남짓한 기간 동안 주가가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특히 가온전선은 지난 2017년 LS전선이 미국에 설립한 LSC US(LS Cable&System U.S.A)에 약 60억1600만원(540만달러)을 투자하면서 일찍이 미주 시장 공략에 나섰고 제룡전기도 미국에 변압기를 수출하는 등 고마진 수주 위주의 영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이터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데이터 처리 용량 확보를 위해 증설은 계속될 것”이라며 “문제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이 더욱 많아진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연구원은 “AI가 일상적 도구로 자리잡는 미래에는 전력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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