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HLB·루닛 등 참가
세계 3대 암학회 중 하나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가 이달 31일(현지시간)부터 다음 달 4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현재 개발 중인 항암 신약의 임상결과를 공개하며, 기술이전 등 빅딜 성사와 글로벌 시장 진출 발판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유한양행, HLB, 루닛, 지아이이노베이션 등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기업이 ASCO에 참석해 최신 임상결과를 발표한다.
ASCO는 1964년 설립된 세계 최고 권위의 암학회로 매년 약 70개국 암 전문의와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 등 4만 명 이상 참여한다. 미국 암연구학회(AACR), 유럽종양학회(ESMO)와 함께 세계 3대 암학회로 꼽힌다.
초기 연구성과를 주로 다루는 AACR과 비교해 더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공개되는 만큼 ASCO에서는 기술수출과 파트너십 체결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유한양행은 올해 ASCO를 통해 파트너사 존슨앤드존슨(J&J) 이노베이티브 메디슨(전 얀센)에 기술이전한 국산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존슨앤드존슨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과 관련해 5건의 임상결과를 공개한다.
이번 발표에서 유한양행은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에서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여부가 올해 8월 이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HLB는 자체 개발한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이 개발한 ‘캄렐리주맙’ 병용요법 임상 3상 시험결과를 내놓는다.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한 환자의 최종 생존 기간을 발표할 계획으로, 추적관찰까지 완료한 데이터를 공개한다. HLB는 FDA의 리보세라닙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로, 이르면 이달 중순 품목허가 발표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도 ASCO에서 연구 성과를 공유한다. 루닛은 올해 ASCO에서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연구 7편을 선보인다.
2019년부터 매년 ASCO에 참석하고 있는 루닛은 이번 학회에서 AI를 활용한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ER2) 초저발현(Ultra-Low) 유방암 환자군 확인 연구 △병리 이미지 및 CT영상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한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면역관문억제제(ICI) 치료반응 예측 연구 등을 포스터 제시한다. 이외에도 루닛은 AI 바이오마커 기술과 관련한 연구 성과를 공유할 계획이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신약후보 물질에 대한 임상결과도 이번 ASCO에서 대거 발표한다.
리가켐바이오는 고형암 및 혈액암 대상 ’LCB71’의 임상 1a/b상 결과를 최초 공개한다. LCB71은 항체약물접합체(ADC) 링커·페이로드와 ROR1 항체를 결합한 ADC 후보물질이다. ‘ROR1 단백질’은 다양한 종류의 혈액암과 고형암에서 발견된다. 앞서 중간 분석결과에서 고형암과 혈액암 모두 DL5 용량부터 항암 효과가 관찰됐고, 호지킨림프종과 췌장암에서 부분 관해가 관찰된 것으로 확인됐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고형암 대상 PD-L1/4-1BB 이중 항체인 ‘ABL503’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선보인다. ABL503은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한 4-1BB 기반 이중항체 플랫폼인 ‘그랩바디-T(Grabody-T)’가 적용된 면역항암 파이프라인이다. 그랩바디-T는 종양미세환경에서만 T세포를 활성화함으로써 4-1BB 단일항체 고유의 간 독성 부작용은 줄이고 항암 효과는 높이도록 설계됐다.
이외에도 지아이이노베이션, 큐리언트, 티움바이오, 네오이뮨텍, 큐리언트, 젠큐릭스, 에이비온 등도 ASCO에 참여해 항암 신약 연구성과를 전 세계 연구자들에 알릴 계획이다.
증권가는 이번 ASCO 발표를 통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투자 심리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김혜민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ASCO에서 발표되는 내용이 후기 임상결과이고, 이에 따른 신약개발 성패와 기술이전·파트너십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며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장민환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ASCO는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치료 지침과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늠하기 좋은 학회”라며 “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큰 항암 영역 내 임상결과를 발표하는 만큼 국내 업체들과 글로벌 개발 동향 파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ASCO가 제약·바이오 투자심리를 개선할 수 있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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