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인공지능(AI) 분야 전후방 산업 생태계에 여러 주체들이 앞다퉈 자금을 투입하는 ‘반도체 빅사이클’이 시작됐다. 전 세계 생성 AI 기술 확산과 맞물려 국내서도 AI·반도체 산업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기대에 미국 증시에서 벌어진 AI 관련 빅테크 및 반도체 기업 주가 랠리가 국내 증시를 함께 부흥시켰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코스피 지수는 월초 대비 1.64% 상승한 2727.63을 기록했다. 지난달 한때 2580선까지 밀렸던 지수는 되살아난 매수 움직임으로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면서 지난주 2700대에 안착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코스피에서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 금액은 1조4024억원에 이른다. 이 기간 동안 기관 투자자들 역시 누적 9542억원의 순매수 금액을 기록해 증시 상승에 힘을 보탰다. 불과 6거래일 사이에 외국인과 기관이 2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입한 것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순매수 유입이 지속되는 이유는 국내 증시에 대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는 점,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올해 추정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 풍부한 유동성 속에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진 점 등 크게 세 가지”라고 설명했다.
이는 앞서 정부가 발표한 4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의 연장선에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한달 새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 2조6260억원을 순매수하고 상장채권에 2조5730억원을 순투자해 국내 증시에 총 5조1990억원을 순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말 기준 외국인은 상장주식 802조4610억원(시총 28.9%), 상장채권 247조1880억원(상장잔액 9.7%)을 보유했다. 월별 외국인 주식 순매수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째 이어졌다. 채권은 올해 1·2월 순투자, 3월 5조8460억원 순회수에서 4월 순투자로 돌아왔다.
해외 증시로 눈을 돌렸던 개인 투자자들도 되돌아오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개인 투자자의 해외 증시 순매수 금액은 주식·채권을 합해 5억8507만 달러로 4월 같은 기간 순매수 금액(9억2431만 달러)보다 36.7% 감소했다. 증시 투자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감소세를 나타내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투자를 늘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회복된 투자 심리는 이달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AI·반도체 산업에서 연관 업종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나스닥100 지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월초 대비 4~5%가량 올랐다.
증권가에선 반도체와 AI 중심의 증시 상승 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성장주의 시간이 돌아오고 있고 AI 모멘텀이 유효하나 분산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모멘텀 확인 과정에서 기존 주도주 외 업종들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빅테크 실적(발표) 전후로 반도체, AI의 추세적인 강세장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면서 “오는 15일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전까지 주요 경제 지표 발표가 없어 큰 하락이 나타나기 어려운 환경이며 오는 22일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이 1차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 연구원은 “메타, 아마존 등 전방사들의 AI 투자 확대, 일부 기업에서 AI 수익화 초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등 긍정적 코멘트를 감안 시 엔비디아 실적 및 가이던스가 증시 급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며 “5~6월 예정된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애플의 개발자 콘퍼런스 등 모멘텀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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