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사외이사가 하필…” 2% 부족한 HD현대 이사회 [2024 이사회 톺아보기]
[한국금융신문 홍윤기 기자] 지난해 국내 대기업집단 9위에 오른 HD현대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 등 총 5명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상위 10대 대기업 가운데 가장 적은 숫자다. 사업수행보다 지분 투자를 통해 자회사를 지배·관리하는 순수 지주회사이기 때문이다.
사내이사는 권오갑닫기권오갑기사 모아보기 HD현대 회장과 정기선닫기정기선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이 있다. 사외이사는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냈던 서승환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이지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장경준 전 삼일회계법인 고문 등이 있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 사외이사 최소 인원인 3명을 충족하는 수준이다.
서승환 사외이사는 정책·행정, 장경준 사외이사는 재무·회계, 이지수 사외이사는 정책·행정 및 법률·규제 등이 전문 분야다.
순수지주회사의 경우 통상 재무·회계, 법무 등과 관련된 업무가 많아 이사회 다양성에 별 문제는 없어 보인다. 이사회 산하 위원회로는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ESG위원회 등 모두 4개 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국내 매출 2조원 이상 회사 평균 위원회 수(4개)와 같다.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문제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사회 독립성에 대한 논란이다. 회사와 사업적 연관성이 있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고,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 문제가 여전하다. 이 문제의 한가지 해결방안인 선임사외이사제도는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이지수 변호사는 HD현대가 창립한 2022년 3월 이후 최초 여성 사외이사이고 현재도 유일한 여성 사외이사이나 신규 선임 당시 반대 의견이 있었다.
의결권자문기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이지수 사외이사 선임이 이사회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이 사외이사가 속한 김앤장법률사무소(김앤장)가 HD현대와 사업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김앤장은 지난 2017년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전환 당시 자문을 맡았고, 이밖에도 HD현대 계열사들 여러 소송을 대리한 바 있다.
김앤장은 지난해 8월 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차기호위함 울산급 배치-Ⅲ 5, 6번함 우선협상자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냈을 당시 HD현대중공업 대리 업무를 맡았다.
2022년에는 HD현대오일뱅크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거부처분 취소 청구를 맡았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HD한국조선해양의 삼영기계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노동조합 회사분할결의효력금지 가처분 신청 및 통상임금 소송 등을 진행했다.
HD현대 지주사 뿐만아니라 계열사에도 김앤장 출신 인물이 사외이사로 재직했거나 현재도 재직하는 사례가 있다.
조선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이사회에는 유국현 김앤장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있었으나 지난 2020년 5월, 임기를 10개월여 남겨두고 ‘일신상의 사유’로 퇴임했다.
현재 HD현대 조선계열사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이장영 김앤장 고문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이미 대다수 대기업들 관행이 되다시피한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도 HD현대 이사회 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소다. 현재 권오갑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물론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분리는 HD현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삼일회계법인이 발간한 ‘2023년 이사회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 이사회 가운데 대표이사와 의장이 분리된 기업은 34%에 그쳤다. 이마저도 대표이사 대신 사내이사가 선임된 경우가 46%로, 사외이사 의장 비율 42%보다 높았다.
삼일회계법인은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와 분리 선임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 선임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선임사외이사 제도가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아직 HD현대엔 그 제도가 없다. 선임사외이사는 의장과 별도로 사외이사회 소집 권한을 가지고, 사외이사를 소집하고 회의를 주재해 의견을 집약하는 역할을 한다.
HD현대 관계자는 “이사회 투명성을 제고하고 이사회 독립성 보장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특히 계열사의 경우 박기태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고 있는 HD현대건설기계 이사회와 같이 각사 사정에 맞게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홍윤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ahyk815@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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