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주류 투자전략이 ‘우량주 가치투자’에서 소위 초단타 매매로 불리는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HFT)’로 바뀌어 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소수 우량주를 매수해 장기 보유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통념과 상반된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12일 한국증권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된 논문 ‘외국인 주도세력의 투자전략 변화: 가치투자에서 고빈도 알고리즘’을 작성한 우민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 팀장, 엄윤성 한성대 교수 연구진은 2005~2022년 국내 코스피·코스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외국인 매매 내역을 분석해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2005년부터 2022년까지 17년 기간을 다섯 구간으로 나눠 시기별 거래대금 상위 10개 외국인 계좌의 매매양태를 분석하고 다른 기간과 대조했다. 첫 시기 구간인 2005~2008년 상위 10개 계좌는 계좌 당 일평균 120개 미만 종목을 거래했고 거래 금액은 29조~47조원 수준이었다.
2012년 이후 구간에서 상위 10개 계좌 목록에 1000개 이상 종목을 거래하는 계좌가 들기 시작했고 이들은 2022년까지 거래대금 상위권을 유지했다. 전체 외국인 거래대금에서 각 구간 상위 10개 계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5~2008년 20.13%에서 점점 증가해 2020~2022년 41.35%에 이르렀다.
첫 시기 구간(2005~2008년) 상위 10개 계좌의 일일 매수·매도 비중은 5.02%였는데 마지막 시기 구간(2020~2022년)에는 9.97%로 늘어났다. 한 특정 계좌 데이트레이딩 비중은 23.21%에 달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외국인은 대규모 자금을 소수의 우량주에 투자해 중·장기로 운용하는 정보거래자라고 인식되고 있다”며 “본 연구는 외국인의 매매양태가 초단기 알고리즘을 이용한 단기성 매매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에 거래대금 기준으로 주도세력이 변하고 있음을 증명한 첫 연구”라고 주장했다.
또 연구진은 해외 연구 데이터를 인용해 “미국의 HFT에 대한 규제 강화, 수익성 약화 때문에 관련 회사들이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며 “국내 진출 외국인 투자자의 아시아태평양 임원들과 면담한 결과 전 세계 많은 HFT 회사들이 한국 등 신흥 시장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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