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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량주를 장기 보유하는 가치투자 대신 알고리즘을 이용한 초단타 매매로 투자 전략을 바꿨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2일 한국증권학회지에 실린 논문 ‘외국인 주도세력의 투자전략 변화: 가치투자에서 고빈도 알고리즘’에 따르면, 우민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 팀장과 엄윤성 한성대 교수는 2005년부터 2022년까지 17년 동안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전 종목을 대상으로 외국인의 매매내역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제시했다.
논문에서 2005년~2008년 상위 10개 계좌는 120개 미만의 종목 만을 거래했지만 2012~2016년이 되자 1000종목 이상을 거래하는 계좌가 상위 10위권 안에 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2016∼2019년, 2020∼2022년 구간에서도 거래대금 상위권을 유지했다. 연구진은 “상위 10개 계좌가 거래한 종목 수가 소수 우량주에서 다수 종목으로 확장됐고 거래 종목들의 시가총액도 급격하게 감소했다는 것은 ‘가치투자자’ 외국인에서 ‘고빈도 알고리즘 투자자(High Frequency Trading·HFT)’ 외국인으로 주도 세력이 변경됐다면 나타날 수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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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가 저평가된 종목을 매수하고 보유하는 중장기 투자전략을 사용한다면,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는 기업의 적정 가치를 분석하기보다 종목의 단기 움직임에 집중하고 인공지능(AI) 기반의 알고리즘을 이용한 주문 방식으로 다수의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들은 “미국의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에 대한 규제 강화와 시장 포화로 인한 수익성 약화 때문에 관련 회사들이 한국을 포함한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이차전지와 초전도체 등 테마주들의 장중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외국 헤지펀드의 알고리즘 매매가 원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작년 8월 8일 초전도체 테마주들이 같은 시각에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는데, 일각에선 ‘제2의 시타델 교란 사태’를 의심하기도 했다. 논문 저자들 역시 “금융 당국도 외국인에 대한 다양한 인식과 시장 영향력에 대한 추가적인 견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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