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한전)이 영국 웨일스에 신규 원자력 발전소(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을 영국 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이 노후 원전 대체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이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전은 웨일스 북부 앵글시(Anglesey) 지역의 윌파(Wylfa)에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에 대해 영국 정부와 초기 논의를 진행한 가운데, 이번 주에 관련 장관급 회의가 예정되어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영국 정부 관계자는 한전과 영국 정부 간 논의가 “매우 초기적 단계”라고 밝히면서도, 클레어 쿠티뉴 영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매우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앤드류 보위 영국 원자력 및 재생에너지부 장관이 이번 주에 관련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한전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안에 정통한 한 산업체 임원은 “한전은 이 프로젝트에 확실히 관심이 있다”며 “현재 영국 정부와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 3월에 정부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윌파 지역 원전 부지와 또 다른 한 곳의 부지를 일본 히타치로부터 1억 6000만 파운드(약 2737억원)에 매입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FT에 따르면 당초 히타치는 윌파 지역에 원전을 건설 예정이었으나 2019년에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노후화되는 원전을 대체할 방안을 찾던 차에, 윌파 지역에 새로운 민간 사업자와 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원전 건설 계약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영국의 노후 원전 대체 정책이 빨라질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영국은 2022년 기준 전체 전력 생산량의 14%를 원전이 담당했으나, 2030년께면 1기를 제외한 원전이 모두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현재 6GW(기가와트) 수준인 원전 발전 능력을 2050년까지 4배인 24GW로 끌어 올리기를 원하고 있어 신규 원전 건설 수요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번 계약 성사 시 한국과 영국 간 에너지 협력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수개월 동안 윌파 지역 투자와 관련해 양국 간 활동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는데, 한 산업계 관계자는 “영국 에너지안보·넷제로부(DESNEZ) 어디에나 한국인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계약 성사 여부는 윌파 원전 부지를 소유한 DESNEZ 산하 공기업인 GB Nuclear(GBN)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FT는 짚었다. GBN이 윌파 지역에 대형 원전 건설을 허가할 지 아니면 규모가 작은 소형 모듈 원자로(SMR) 형식의 발전소 건설이 적절하다고 판단할 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윌파는 영국의 차기 (원전) 우선 지역으로 한전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우선 GBN이 거기에 전통적인 원전 건설을 원하는 지 여부와 관련해 곧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한전 입장에서도 사업의 수익성 여부를 고려해서 원전 건설 여부를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의 윌파 원전 부지 매입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낸 한국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우리가 기술적 강점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원전 생태계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조건만 맞다면 분명히 원전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무리하게 손실을 보면서까지 그런 프로젝트들을 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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