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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세가가 51주 연속 오르면서 역대 최고가의 84%까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혼부부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저리 정책자금 지원이 늘어난 한편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대신 중소형 아파트로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계약된 서울 아파트 전세 보증금은 전고점의 평균 84%선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25개 구 전체가 역대 최고가의 80% 이상을 회복했다. 전셋값은 지난 2022년에 고점 대비 최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가 약 1년 만에 상승 전환한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종로구가 전고점의 90%, 중구가 89%에 근접해 전셋값 회복이 가장 빨랐다. 강서·마포구(87%), 관악·은평구(86%), 양천·광진·서대문·영등포구(85%) 등도 고점 대비 회복률이 서울 평균보다 높았다.
노원·도봉구(81%), 강북구(83%) 등 ‘노도강’ 지역과 고가 전세가 많은 강남·송파구(82%), 서초구(81%) 등 강남3구는 상대적으로 회복률이 다소 낮았다.
국토부에 따르면 마포구 아현동 공덕자이 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은 2022년 9월 10억 5000만 원으로 최고가 거래를 기록한 이후 최저 6억 4000만 원으로 고점 대비 60.9%선까지 떨어졌으나 지난달 82% 선인 최고 8억 60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노원구 상계 주공7단지 전용 49.94㎡는 이달 초 최고 3억 원에 거래돼 2021년 역대 최고가였던 3억 5000만 원의 86%까지 회복했다.
전셋값이 높은 강남권도 싼 전세 위주로 거래가 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99㎡는 작년 초 2021년 전고점(17억 원) 가격 대비 반토막이 났다가 최근 실거래가가 11억∼12억 원으로 65∼70% 선까지 올라왔다. 올해 3월 초에는 고점의 80%가 넘는 14억 원에 계약된 사례도 있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5월 넷째주 이후 지금까지 51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이같은 전셋값 상승세는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기피 현상이 심화된 영향이 크다. 전세 사기 문제가 없고 상대적으로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아파트로 임차인들이 몰려드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저 연 1% 대의 초저리 신생아 특례 대출을 비롯해 신혼부부·청년 대출 등 정부 정책자금 지원이 늘어난 것도 수요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에 따르면 신생아 전세자금 대출 중 ‘대환용’ 비중은 대출 초기 50%에서 현재 45%까지 감소했다. 신규 전세를 얻기 위한 대출이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수요는 늘었지만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 3786가구로 지난해(3만 2759가구)보다 27.4% 감소한다.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면서 지난주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도 100.1을 기록하며 기준선(100)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가 100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21년 11월 마지막주 100.0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전셋값이 올랐지만 아직은 2년 전 전셋값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다만 금리 인하, 입주물량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전세시장이 지금보다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고, 매매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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