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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김천 ‘지례 흑돼지’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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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희 대표가 운영중인 지례흑돼지고기 직판장 모습사진김규남 기자
문제희 대표가 운영중인 ‘지례흑돼지고기’ 직판장 모습[사진=김규남 기자]

최근 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블랙푸드의 열풍이 잊혀졌던 우리나라 토종 흑돼지를 주목하게 했다.
 
과거 일제 강점기로부터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많은 고기의 생산이 요구되는 시대적인 상황에 밀려 상대적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토종 흑돼지는 점점 멸종의 위기까지 몰리고 말았다.
 
◆ 가계소득의 증가, 고급육의 수요 증가가 ‘재래종 흑돼지’의 복원의 니즈 제공

그러나 가계소득이 올라가고 돼지고기의 소비 패턴이 양에서 질로 바뀌는 추세를 타고 소비자의 입맛은 우리나라 토종 흑돼지의 추억을 소환했다.
 
이런 요구에 맞춰 전국 각지에서 그간 잊혀진 토종 흑돼지를 복원하는 시도가 있어 왔고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제주 흑돼지’ ‘진안 흑돼지’ ‘지리산 흑돼지’ ‘지례 흑돼지’가 그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간 우리나라 ‘토종 흑돼지’의 가장 큰 단점인 고기 생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몸집을 키운 것이다.
 
재래종 흑돼지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외래종 흑색 계열의 ‘바크셔’종을 교잡해 몸집을 불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계량된 흑돼지들의 몸집이 기존 재래종 흑돼지의 체중 50-60Kg를 능가하는 무게의 개체를 탄생시켜 그간 재래종 흑돼지의 효율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


 
하지만 멸종 직전까지 내몰린 재래종 흑돼지를 복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다. 종의 복원이라는 것은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 끝에 얻어지는 노력의 산물로서 여기에 순수라는 단서를 붙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한다.  
 

사육중 운동중인 지례흑돼지사진권제희 대표
사육중 운동중인 지례흑돼지[사진=권제희 대표]

◆’지례 흑돼지’의 복원작업은 복원을 넘어선 개량
어느 지역 흑돼지가 재래종에 가장 가까운 것이냐? 의 물음에는 식육 업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천시 지례면의 ‘지레 흑돼지’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지례 흑돼지의 뛰어난 고기 맛에 찬사를 보낸다. 그동안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에서 많은 고기를 제공해준 외국계 백색 계열의 랜드레이스나 요크셔의 고기 맛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지례 흑돼지’고기를 한번 맛보면 ‘지례 흑돼지’고기 마니아로 변한다고 한다.
 
최근 가계소득이 올라가고 질 좋은 돼지고기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은 ‘이베리코’로 대변되는 외국계 흑 돼지고기로 눈을 돌리게 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게 했다. 그러나 외국계 흑돼지고기의 마나아인 사람들도 ‘지례 흑돼지’고기를 한번 맛보면 쫄깃하고 감칠맛 나며 물리지 않는 식감에 반하고야 만다고 한다.
  


따라서 이런 시장의 반응과 육질, 맛 그리고 외형 등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김천 ‘지례 흑돼지’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과 열정을 갈아 넣은 우리나라 재래종에 가장 가깝게 복원한 수작(秀作)으로 볼 수 있다.
 

돼지들을 살피고 있는 권제희 대표사진권제희대표
돼지 모자들을 살피고 있는 권제희 대표[사진=권제희대표]

◆문제희씨 부자의 2대애 걸친 노력의 산물
이런 김천 지례 흑돼지의 탄생에는 한마음 농장의 문제희 대표와 그 부친인 문재원씨의 노력 덕분이다.
 
과거 ‘재래종 지례 흑돼지’는 육질과 식감이 뛰어나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자료에도 서술될 만큼 육질과 맛이 탁월해 지례와 그 인근지역에 널리 사육되고 있었다.
 
그러나 6.25 한국전쟁 이후 급속하게 수요가 준 상태에서 외래종인 경제성과 생산성이 탁월한 백색계 돼지들이 물 밀듯이 들어오자 설 자리를 잃고 멸종의 수준으로 그 수가 급감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1987년 문재원씨가 40대 나이의 마을 지도자들과 의기투합해 ‘지례 흑돼지’의 복원을 시도했다.
 
이들은 옛 문헌의 기록을 토대로 흑돼지의 복원작업을 시작해 8년 반 동안 수천 번이 넘는 다양한 품종의 교배를 통해 체구는 오래 종 돼지보다 작지만 주둥이가 길고 어깨가 발달하고 엉덩이 부분이 왜소한 모습의 전형적인 ‘지례 흑돼지’를 탄생시켰다. 이렇게 탄생한 ‘지례 흑돼지’는 육질이 쫀득하고 고소한 비계와 살이 조화를 이루는 뛰어난 맛을 보였다. 이는 종의 복원을 넘어 개량까지 완성한 쾌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롭게 탄생한 ‘지례 흑돼지’는 전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아 판매에 애를 먹었다.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문 씨 부자는 1999년에 ‘지례 흑돼지 축제’를 개최하는 등 홍보와 고기의 보급에 온 힘을 기울인 결과 ‘지례 흑돼지’고기의 수요가 늘어났지만 성장속도가 느리고 고기 생산량이 적은 ‘지례 흑돼지’는 외래종에 밀려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흑돼지 사육을 포기하고 농장의 문을 닫는 농가가 속출해 현재 지례면에서 흑돼지를 사육하는 농가가 10여 곳도 되지 않고 사육두수도 1만 마리 미만에 불과하다.


 
 

지례흑돼지 육성돈 모습사진권제희 대표
지례흑돼지 육성돈 모습[사진=권제희 대표]

◆문제희 대표의 뚝심 있는 ‘지례 흑돼지’를 향한 열정이 오늘의 ‘지례 흑돼지를 있게 했다
 
그러나 한마음 농장 대표인 문제희 대표는 외부적 악조건에 굴하지 않고 ‘지례 흑돼지’의 사육을 이어가는 한편 판로의 개척을 위해 직접 식육점을 운영하며 ‘지례 흑돼지’ 고기의 맛을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또한 온 가족이 ‘지례 흑돼지’사업에 뛰어들어 부인과, 어머니, 동생이 사육, 판매, 유통의 업무를 분장해 더욱 더 체계적으로 사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즉 ‘지례 흑돼지’ 사업은 이미 수직계열화(인티그레이션)단계에 들어서 우량사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문 대표의 노력의 결과 날씨 좋은 주말이면 지례면은 ‘지례 흑돼지고기’를 맛보기 위한 버스의 행렬로 장사진을 이룬다. 이로 인해 모처럼 김천시에서 오지 중의 하나인 지례면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


 
 

권제희 한마음 농장 대표가 운영하는 지례흑돼지농장 전경사진권제희 대표
권제희 한마음 농장 대표가 운영하는 ‘지례흑돼지’농장 전경[사진=권제희 대표]

◆지속적으로 마니아 층이 늘어남에 따라 ‘지례 흑돼지’의 미래는 밝아
문제희 대표는 “ 지례 흑돼지의 맛은 수십 년에 걸쳐 검증된 맛으로 ‘지례 흑돼지고기’의 마니아층이 생겨나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마니아층이 늘어나는 추세다”라며 “그러나 여기에 자만하지 않고 소비자의 니즈에 부응해 더욱더 질 좋고 맛있는 고기를 생산하는 ‘지례 흑돼지’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례 흑돼지’를 특화 시키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해 김천시와 협의를 통해 국토부에 김천 지례 흑돼지의 ‘지리적 표시’의 등재를 추진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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