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지배구조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농협금융이 금융당국의 고강도 검사를 받는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취임 후 계열사 대표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비롯, 다양한 금융사고까지 발생하면서다.
금융감독원은 농협금융에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어 이번 검사 이후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0일부터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에 대한 정기 검사에 들어간다. 지난달 진행된 사전검사에 이은 정기 검사로 6주간 진행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 등에 대한 정기 검사를 진행한다”면서 “사전 검사 결과나 이번에 진행하는 정기 검사 관련 내용은 밝힐 수는 없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농협금융에서 발생한 인사 논란과 사고 등이 문제가 됐던 만큼, 농협금융지주와 은행 경영 전반과 지배구조의 취약점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란 관측이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농협금융이 지난 2012년 신경분리에 따라 지주체제를 완성했지만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구조적 특수성 때문에 여전히 중앙회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국동 농협손해보험 신임 대표 선임 문제를 비롯해 NH투자증권 대표 선임 과정에서 일어난 잡음, 지난 3월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100억원대의 배임 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보험업계 경력이 없는 서 대표가 선임 당시부터 농협중앙회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다. 서 대표는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은행 안양시 지부장, 농협중앙회 상호금융대체투자부 부장, 농협중앙회 상호금융기획본부 본부장 등을 역임한 중앙회 사람이다. 서 대표뿐 아니라 이사회 역시 비보험 전문가로 구성됐다. 비상임이사들은 지역농협 조합장 출신으로 경영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NH투자증권 대표 선임에서 발생한 잡음도 같은 맥락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증권 관련 이력이 없는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 간 갈등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이 반복되자 금감원은 농협중앙회 인사들이 농협금융 계열사로 이동하는 시스템 등의 인사교류가 경영 전문성을 떨어뜨리고 독립성까지 훼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검사 결과는 이르면 올 하반기에 나올 전망이다. 금감원은 검사를 통해 지배구조 문제를 ‘금융지주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의 고강도 검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농협중앙회는 최근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중앙회는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정기 검사와 시기가 맞물리면서 ‘보여주기식’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7일 사건·사고가 다수 발생해 농협의 공신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면서 범농협 차원의 내부통제 및 관리책임 강화 방안을 내놨다. 사고를 유발한 행위자에 대한 즉각적인 감사 및 처벌과 함께 농협의 공신력을 실추시킨 농·축협에 자금 지원과 예산·보조·표창 등의 업무 지원 제한 등이 주요 내용이다. 사고 발생 시 관련 책임자도 즉시 업무를 정지하고, 중대 사고와 관련된 계열사 대표는 연임을 제한한다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통제 강화 등은 금융회사 전체가 추진하고 있는 부분이며 이번 검사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 “이번 검사는 사전 검사에 이은 정례적인 정기 검사로, 검사를 마친 후에 구체적인 것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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