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만에 3조 가까이 늘어
보험료+이자 이중 부담에도
‘최후의 보루’ 빚 내는 서민들
생명보험사 고객이 자신의 계약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약관 대출이 한 해 만에 3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6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길어지면서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최후의 보루로 보험약관대출을 선택하는 금융소비자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 22곳의 보험약관대출 잔액은 61조13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2조8283억원) 증가했다.
생보사별로 보면 삼성생명의 보험약관대출 보유량이 18조7392억원으로 생보사 중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한화생명(9조8082억원) ▲교보생명(8조1485억원) ▲신한라이프(6조3137억원) ▲NH농협생명(4조1628억원) ▲KB라이프생명(2조707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보험약관대출은 보험계약대출로도 불리는데, 보험 가입자가 납입한 보험에 대해 보험사로부터 해약환급금의 최대 95% 한도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가입한 보험을 담보로 대출을 받다 보니 ‘불황형 대출’이나 ‘생계형 대출’이라고도 불린다. 이 상품은 담보가 확실해 별도 대출 심사 절차가 없을 뿐만 아니라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에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보험료와 이자를 이중으로 내야 한다는 큰 단점이 있다. 보험료나 이자가 미납될 때 연체된 금액이 해지환급금의 일정 범위를 넘어서면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부담이 커지면 보험계약 해지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해지할 때 받는 해약환급금은 낸 보험료보다 적거나 없을 수 있다.
이처럼 보험약관대출 증가의 원인으로는 불경기가 꼽힌다. 다른 금융권에서 대출을 거절 당한 서민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보험약관대출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 불황으로 대출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보험약관대출의 경우 접근성도 쉽고, 별도의 심사가 없어 쉽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제1금융권이나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받지 못하는 금융소비자의 경우 보험약관대출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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