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올해 1분기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노후 대비를 위해 퇴직연금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데다 고금리 기조에 원리금(원금+이자) 보장형 퇴직연금 상품의 수익률이 4%대까지 오른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식·펀드 등 고위험 자산 투자 비중이 높은 원리금 비보장형의 경우 1년 수익률이 16%에 육박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은행권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보다 4조3041억원이 늘어난 202조352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권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385조7521억원)의 52% 수준이다. 은행별 적립금 규모는 신한은행이 41조1863억원으로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컸다. 이어 KB국민은행(37조9558억원), 하나은행(34조7867억원), 우리은행(24조2310억원), NH농협은행(21조3740억원) 순이다.
퇴직연금 상품의 연수익률은 하나은행이 가장 높았다. 원리금 비보장 기준 하나은행의 확정기여(DC)형 수익률은 15.80%로 가장 높았다. 개인 퇴직연금(IRP)의 수익률도 하나은행이 14.32%로 1위를 기록했다. 원리금 보장 기준으로도 하나은행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냈다. DC형과 개인 IRP의 수익률은 4.00%, 3.66%다. 확정급여(DB)형은 원리금 비보장의 경우 KB국민은행이(수익률 9.48%), 원리금 보장은 신한은행(4.29%)이 선두를 달렸다.
퇴직연금은 DB형, DC형, 개인 IRP로 나뉜다. DB형은 기업이 적립금을 관리하기에 근로자가 따로 운용에 관여할 수 없는 반면, DC형은 근로자가 직접 운용할 수 있다. 최근 수요가 커지고 있는 개인 IRP는 근로자가 직접 계좌를 개설한 후 본인의 노후 준비를 위해 납부하고 운용하는 계좌다.
연 1~2%에 머물던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된 것은 고금리 기조로 시장금리가 오른 영향이다. 원리금 보장형은 정부 보증 채권이나 원리금 지급이 보장되는 국채, 금융사 금융상품 등을 통해 운용된다. 원리금 비보장형의 경우 지난해 주식 시장 호황에 힘입어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퇴직연금 시장 선점을 위한 은행권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10년 후 100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일찍부터 노후 준비를 하고자 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기조에 대출 확대가 쉽지 않아 진 가운데 퇴직연금 운용 및 자산관리를 통해 비이자이익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신한은행은 은퇴자산관리 상담을 제공하는 ‘신한 연금 라운지’를 올해 추가로 3곳(서울 강남·수원·울산) 더 개설하기로 했다. 현재는 2곳(서울 노원·경기 일산)에서 연금 라운지를 운영 중이다. 신한 연금 라운지는 퇴직연금 전문 상담직원이 연금 종합 컨설팅, 주택 연금·세무 상담, 노후 자산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화 채널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월 여의도에 연금 VIP 고객 상담센터를 열었으며, 퇴직연금 세미나 등을 개최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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