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심장의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서 대문 역할을 하는 대동맥판막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거나 굳으면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연령 증가에 따른 판막의 석회화가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판막이 딱딱해지고 좁아지면 온 몸으로 보내는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뿐 아니라 좁아진 구멍으로 혈액을 분출하기 위해 심장 근육이 비대해지면서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경증 단계에서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발견하는데 병이 좀 더 진행하면 호흡곤란·피로·가슴 통증·실신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다가 격하게 움직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차는 증상이 두드러지고 어지러움·전신 쇠약감·손발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이상 징후를 방치할 경우 2~5년 안에 사망할 확률이 높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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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에서는 환자의 판막 상태, 심장 기능, 증상 등을 고려해 약물 또는 수술적 치료 중 더 나은 방법을 선택한다. 약물요법은 항고혈압제와 이뇨제를 투여해 심장의 기능적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환자의 불편감을 줄이고 비대해진 심장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다만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하므로 대부분의 환자는 결국 수술이 필요하다. 특히 진단이 늦어 심한 협착증이나 폐쇄부전증으로 발전한 경우 약물 치료의 효과가 떨어져 시술이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과거에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개선하기 위해 가슴 부분을 절개하고 심장을 멈춘 상태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대동맥판막을 성형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제거한 뒤 인공판막으로 치환하는 수술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었다. 수술은 도입된 지 50년 가량 되어 치료 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됐지만 고령자 등 고위험군에게 시행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최근 시행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은 가슴을 절개하는 대신 대퇴부나 어깨 쪽 혈관을 통해 대동맥판막 부위에 인공판막을 끼워 넣는 방식의 치료법이다. 수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침습적이기 때문에 신체에 부담이 적고 시술시간이 짧다. 시술 후 회복기간은 5~7일 정도로 3~4주가 소요되던 수술보다 크게 단축됐다. 현장에서는 전신마취 후 수술을 받기에 위험도가 높은 80세 이상의 고령 환자나 폐 또는 신장 기능이 현저히 나쁜 환자, 전신 상태가 매우 불량한 일부 퇴행성 대동판막 협착증 환자에게 선별적으로 TAVI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80세 이상부터는 TAVI 시술 시 건강보험도 적용된다.
TAVI는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2002년 유럽에서 개발됐다. 현재까지 보고된 데이터에 따르면 시술 수명은 8~10년 정도다. 70대 중반쯤 TAVI 시술을 받은 환자가 80대 중반에 재시술 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시술과 수술 중 어떤 방법이 환자에게 적절할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시술에 앞서 전반적인 신체검사와 심초음파·혈관 컴퓨터단층촬영(CT)·관상동맥 및 혈관 조영술 등의 예비 검사와 유관 부서간 긴밀한 협력작업은 필수적이다. 시술을 직접 담당하는 순환기내과 전문의 외에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가 반드시 필요하고 영상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가 논의해 최종 시술 여부를 결정한다. 임상에서는 의료진이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과 환자의 상태, 시술 및 수술의 장단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환자 스스로 치료 방법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TAVI는 시술 전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잘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와이어가 대동맥을 통해 심장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대동맥이나 심장 근육에 구멍이 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즉시 흉부외과에서 응급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시술 도중 대동맥에 붙어있던 동맥경화 찌꺼기들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런 찌꺼기들이 다른 혈관을 막으면 치명적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정부가 매년 엄격한 평가를 거쳐 합병증 대응이 가능한 인력과 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에 한해 TAVI를 시행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건 이러한 합병증 위험 때문이다.
심장판막 질환을 예방하려면 류마티스열·고혈압·당뇨병·감염병 등 심장판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원인 질환들에 대한 추적 검사 및 치료가 필요하다. 한국의 중장년층은 만성적인 음주나 흡연, 노화 등의 원인으로 퇴행성 심뇌혈관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다. 평소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거나 심뇌혈관질환에 걸린 경험이 있다면 생활습관 개선에 힘쓰면서 정기적인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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