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가 화장품 사업부를 분할해 별도 법인을 설립했다. 화장품이 주력사업인 렌탈과 다소 동떨어진 만큼 별도 법인을 설립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시장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진한 사업을 별도로 분할해 매각하거나 정리하는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별도 화장품 회사 출범
코웨이는 지난 1일부로 화장품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리엔케이비엔에이치(ReNK B&H)’라는 별도 법인을 출범했다. 이 분할로 코웨이는 정수기·공기청정기 등의 환경가전 사업에 집중하고, 신설법인 리엔케이는 화장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코웨이는 2010년 안티에이징 전문 브랜드 ‘리엔케이’를 선보이면서 국내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코웨이는 웅진그룹 소속이었다. 웅진그룹은 이전에도 화장품 브랜드를 성공시킨 경험을 갖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코리아나화장품’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1988년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과 함께 코리아나화장품(당시 사랑스화장품)을 설립했다. 코리아나화장품은 ‘방판업계 신화’로 불리는 윤 회장의 방문판매 노하우와 제약회사 출신 유 회장의 기술력을 결합해 빠르게 성장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화장품업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코웨이가 코리아나화장품과 함께 방문판매를 통해 급성장한 것도 이 시기다.
윤석금 회장은 1999년 투자했던 코리아나화장품 지분을 매각하며 국내 화장품 사업에서 손을 뗐다. 2000년대 들어서는 코웨이를 통해 중국에서 ‘효의미’, ‘에스체’ 등의 화장품 브랜드를 선보였다. 윤 회장의 코리아나화장품 지분 매각 10여 년 후 코웨이는 2010년 9월 국내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때 선보인 브랜드가 바로 ‘리엔케이’다.
리엔케이는 코웨이의 대규모 방문판매 조직을 활용해 사업을 확대해갔다. 사업 초기에는 배우 고현정을 모델로 내세워 화제몰이도 했다. 코웨이는 리엔케이 외에도 한방 브랜드 ‘올빚’,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헬시그루’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코웨이의 화장품 사업 매출액은 2010년 234억원에서 이듬해 682억원으로 상승했다. 당시 코웨이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과 함께 ‘빅3’에 오르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그러나 이후 코웨이는 여러 차례 매각 이슈에 휘말리면서 화장품 사업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2013년에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했고, 2015년에는 MBK파트너스가 코웨이 재매각을 추진하며 화장품 사업의 분리매각설이 나왔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이 돼서야 코웨이를 웅진그룹에 재매각했지만 웅진그룹은 무리한 자금 차입 탓에 재인수 1년도 안 돼 코웨이를 다시 토해내고 말았다.
여러 우여곡절에도 코웨이는 본업인 렌탈 분야에서 승승장구했다. 반면 리엔케이는 코웨이의 주력이 아니었던 데다, 화장품 시장 후발주자였던 탓에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코웨이는 리엔케이의 백화점, 면세점 매장을 철수했다. 중국 사업도 순차적으로 정리했다.
이 시기 국내 화장품 시장 환경이 급변한 것 역시 리엔케이에게 악영향을 미쳤다. 화장품의 주요 유통채널이 로드숍, H&B스토어, 온라인 등으로 옮겨가면서 방문판매 시장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방문판매 시장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온라인·해외 시장 진출
실제로 코웨이의 화장품 사업부의 매출액은 2015년 804억원을 기록한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에는 234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는 데 그쳤다. 사업 첫해였던 2010년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코웨이가 지난해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등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코웨이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2조7590억원으로, 이 중 화장품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0.8%에 불과하다. 해외 사업을 포함한 연결 매출액(3조9665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화장품 사업 비중은 0.6%도 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성장성이 낮은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할하는 것을 두고 사업 확대가 아닌, 매각이나 정리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코웨이가 이번 물적분할 공시에서 “향후 5년 내에 리엔케이B&H의 상장 계획은 없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설에 힘을 싣는다. 게다가 코웨이는 최대주주 넷마블과 함께 세운 합작 화장품 법인 ‘힐러비(Healer.B)’를 통해 별도 화장품 사업도 벌이고 있다.
다만 리엔케이 매각이나 정리설에 대해 코웨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코웨이 관계자는 “이번 물적분할은 화장품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새로운 성장의 기반을 다져나가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출범하는 리엔케이B&H는 그동안 의존했던 방문판매에서 벗어나 온라인 등으로 유통망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건강기능식품 사업도 본격화한다. 신설법인의 이름을 당초 ‘리엔케이코스메틱’으로 결정했다가 ‘리엔케이B&H’로 변경한 것도 사업 확대 의지를 보여준다.
아울러 리엔케이B&H는 국내 사업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현재 리엔케이는 아직 일부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지만 그 규모는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코웨이 관계자는 “리엔케이B&H는 전략 제품을 출시하고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디지털 세판매에 집중하는 한편 글로벌 인프라 구축을 통해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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