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 T모바일이 지역 이동통신사인 US셀룰러를 분할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버라이즌과 T모바일은 일반 휴대전화 회선 기준 미국 내 1·2위 통신사다. 5G 보급이 빠르게 마무리된 한국에서는 제4이동통신 도입이 추진중인 반면, 영토가 넓은 미국에서는 막대한 인프라 투자 부담에 그간 강세이던 지역 통신·케이블 업체들이 고사하는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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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T모바일과 버라이즌이 US셀룰러 일부 사업권과 주파수 권리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T모바일이 20억 달러라는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며 이달 내 최종 합의를 추진 중이고, 버라이즌 또한 T모바일이 인수하려는 사업권을 제외한 부분을 두고 별도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WSJ은 “US셀룰러가 독점 금지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통과를 고려해 분할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이동통신 업계는 지난해 말 총 회선 수 기준으로 AT&T(2억4150만), 버라이즌(1억4480만), T모바일(1억1970만) 등 대형 업체와 디시 와이어리스(740만), US셀룰러(460만) 등으로 이뤄져 있다. 총 회선은 AT&T가 가장 많지만 사물인터넷(IoT)과 차량, 알뜰폰 등을 제외한 순수 휴대전화 회선만 따졌을 때는 버라이즌, T모바일, AT&T 순으로 가입자가 많다. 때문에 미 통신업계는 ‘이동통신 1위’ 업체를 버라이즌으로 본다.
T모바일은 당초 3위 업체였으나 2020년 경쟁사 스프린트를 인수하며 2위에 올랐다. T모바일은 독일 도이체텔레콤과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등이 주요 주주인 미국 통신계 후발주자지만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마케팅 전략으로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자사 회선을 사용하는 알뜰폰(MVNO) ‘민트 모바일’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번 US셀룰러 인수 또한 유사한 맥락이지만, T모바일과 버라이즌은 단순한 가입자 수 보다는 주파수 사용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US셀룰러는 미국 중북부를 중심으로 21개 주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지역 이동통신사다. 21개 주 밖에서는 대형 전국 사업자 회선을 로밍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그러나 5G 전환기 기지국 투자와 마케팅에서 밀리며 가입자 감소에 신음하고 있다.
미국은 영토가 커 5G 보급 속도가 느리다. 도심에서도 4G가 주류이고, 여전히 통신 연결 자체가 불가능한 음영지역이 많다. US셀룰러가 보유한 21개 주 내 주파수 사용권과 기지국을 획득하면 단숨에 해당 주 내 서비스 안정화가 가능한 것이다. WSJ은 “5G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주파수 확보 경쟁에 이미 받아낸 주파수 사용권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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