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13년간 키워 온 메신저 기업 라인의 경영권을 잃을 위기에 처했지만,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괜찮을 것이란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매각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평가하면서 오히려 목표주가를 올려잡는 보고서(리포트)까지 나왔다.
과거 CJ그룹 계열사 CJ오쇼핑(현 CJ ENM의 커머스 사업부문)이 중국 정부의 압박에 현지 자회사 동방CJ 지분을 대거 팔았고, 그 여파로 주가가 폭락한 적이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염려할 것이 없다고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당시 사태가 재연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NAVER##) 주가는 라인야후의 일본인 CEO가 지분 매각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8일 이후 3.3% 하락했다. 1분기 실적이 좋게 나오고, 때마침 기술주 주가 움직임이 양호했기 때문에 라인 여파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22만750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가 2월 말 20만원선이 무너진 후 현재까지 19만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증권가가 괜찮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라인 매각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강제 매각 명령은 양국의 외교적 마찰로 이어질 수 있는데, 한국과 일본은 적대국이 아니기에 미국의 중국 틱톡 강제 매각같은 사건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2차 행정지도 문건에도 ‘관계의 재검토’라고 에둘러 표현했을 뿐, 매각이라는 표현이 들어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소동은 있으나, 결국 매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네이버가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라인야후와의 연결 고리는 유지한 채 2대 주주로 내려오는 정도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재 네이버가 보유한 지분 약 32.7%(8조3000억원)를 소프트뱅크가 전부 인수하기에는 재무적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또 일본 외에 대만·태국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고, 라인야후가 라인망가·네이버제트 등 다양한 사업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전체 매각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설령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이를 호재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상상인증권과 대신증권은 최근 네이버 목표주가를 기존 26만원에서 28만원으로 올려잡았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지분 매각으로 몇조원의 현금을 확보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추가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면 주가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증권가가 너무 안일하게 보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번 사태가 과거 CJ오쇼핑의 동방CJ 지분 매각 사건과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CJ오쇼핑은 2003년 8월 자본금 2000만달러(약 240억원)를 투자해 중국 SMG와 합작법인 동방CJ를 설립했다. 동방CJ는 2006년부터 흑자 전환하고 2012년 매출 1조원을 달성했는데, 중국 측은 유상증자 때 CJ를 배제하고 뒤이어 지분 매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당시 동방CJ 기업가치는 1조~2조원으로 추정됐는데, 정부 압박 때문에 CJ오쇼핑은 지분 11%를 502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가장 큰 강점이었던 해외사업 가치가 추락하며 CJ오쇼핑 주가도 내리막을 걸었다. CJ오쇼핑 주가는 지분 매각을 공시한 2012년 4월 16일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했다. 하루에만 시가총액이 2221억원 증발했다. CJ오쇼핑 주가는 2012년 말 27만7000원에서 2016년 말 16만2900원까지 약 40% 떨어졌다.
당시에도 일부 애널리스트는 지금의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지분 매각이 투자 재원 마련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홈쇼핑업종은 계속 추락했다. CJ오쇼핑은 합병과 물적분할 등을 거치면서 지금은 CJ ENM의 한 사업부문이 됐다. CJ오쇼핑은 주력 채널을 TV에서 모바일로 변경한다면서 브랜드명도 12년만에 CJ온스타일로 바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교할 때 네이버의 강점으로 해외시장 공략을 꼽았었다”면서 “라인 매각 가능성은 누가 봐도 악재인데, 이를 악재로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는 게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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