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국내 무역 지형도도 바뀌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대 수출국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제는 이념이 아닌 실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대미 수출은 114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 대중 수출액은 105억 달러로 집계됐다.
대미 수출은 지난해 12월 대중 수출을 앞지른 이후 올 1월 다시 중국에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2월부터 3개월째 최대 교역국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일본과의 관계는 순조롭게 풀리는 모양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미국을 찾아 미 상무부와 주요 인사들을 만나 반도체와 청정에너지 등에 대해 논의했다.
최근 한·일 산업장관 회의도 6년 만에 재개됐다. 안덕근 장관은 지난달 일본 도쿄를 찾아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과 공급망 정보 교류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여기에 한·미·일 산업장관회의도 올 상반기 내에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통상과 관련한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대내외적으로 험로가 예상돼 있다는 것이다. 당초 산업부는 지난달 ‘신통상 전략’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미·중 패권 전쟁 등 통상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산업부는 발표 연기를 결정했다. 지난달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면서 정책 추진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과의 경색된 관계도 개선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힌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과의 교류를 공고히 하는 것이 자칫 ‘친미’를 택한 것으로 읽힐 수 있어서다.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중국을 경외시하는 것은 경제에 위협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는 중국을 외면할 수 없다”며 “과거 지정학적 강점을 살려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중국과의) 경제 문제는 서로의 이익을 설득하면서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념이 아닌 실리를 가져와야만 경제적 이득이 극대화될 것”이라면서 “반도체 최대 수입국인 중국 시장에 팔지 않으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수출도 2~4분기에는 고꾸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의 경제 안보 마인드는 버려야한다”고 짚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중국은 우리의 이웃이고 무역의 중요한 상대국인 만큼 멀리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좋지 않다”며 “실질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국과 특정 품목에 편중된 수출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리스크가 커진다”면서 “무역이 쏠리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수출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는 수출이 중요한 국가인 만큼 모든 국가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대놓고 한쪽 편에 서는 듯한 모습은 (수출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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