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실손보험 지급액 1185억
작년 상반기에만 벌써 700억 훌쩍
현대해상 놀이치료 지급 중단하자
일부 보험계약자 반발…소송제기
아동 발달지연 치료 실손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보험사와 가입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어린이보험 시장점유율 1위인 현대해상이 민간 자격 치료사 치료에 대한 실손보험금 지급 방침을 ‘부지급(지급하지 않음)’으로 조건을 강화한 이후 본격적인 법정 다툼에 들어가면서다. 5대 손해보험사가 내준 관련 실손보험금만 연간 1000억 원을 넘긴 가운데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향후 보험금 지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9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5대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는 아동 발달지연 관련 보험금으로 지난해 상반기 기준 746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총 지급규모가 1185억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상반기에만 60% 넘은 수준이 나간 것이다.
아동 발달지연 실손보험금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190억 원이었던 것에서 △2019년 278억 원 △2020년 384억 원으로 100억 원 가량씩 늘다가 2021년에는 827억 원으로 무려 2배 넘게 급증했고 2022년에는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아이 발달에 필요한 사회적 상호작용 등이 차단되면서 발달지연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 발달지연 진단을 받는 아동이 늘긴 했지만 액수가 급증하면서 보험금 누수 우려로 일부 보험사가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해상은 자체 실태조사 결과 현행법 상 의료행위 근거가 없는 민간 치료사가 재활치료를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부지급을 결정했다. 대신 소비자 보호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간 고객에게 정상적인 의료기관으로 안내하고, 최초 청구자에 한해 민간 치료사 비용을 예외적으로 지급했다.
반면 일부 보험계약자는 현대해상의 결정에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민사소송을 제기한 계약자들은 민간 치료사가 관여됐다는 이유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현대해상을 제외한 타 보험사는 놀이치료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1단독부는 전일 현대해상을 상대로 제기된 발달지연 아동 실손보험 치료비 부지급 민사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현대해상은 “현재까지 놀이치료를 제외한 보험금 약 1700만 원을 지급했고 언어재활과 작업치료 건에 한 해 현재도 정상 지급 중”이라며 “민간치료사 의료행위는 법적 근거가 없어 지급 대상이 아님을 계약자들에게 지난해 5월부터 안내해왔다”고 설명했다.
발달지연 아동을 둔 부모들은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진료를 신청하면 2~4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로나 19 이후 발달지연 아동이 급증한 만큼 일부 가족들의 문제가 아닌 국가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민간단체에서 수여하는 놀이·미술·음악치료에 대한 치료 효과를 의학적으로 입증해서 의료행위자 자격 관련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에서 발달장애 아동 거점 병원이나 행동 발달 증진 센터를 지원해 아동들의 재활치료가 사각지대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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