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함인희의 우문현답] 우려되는‘특권 중산층’ 부상

이투데이 조회수  

상위20% 들어도 중·하층으로 여겨
인식기준 상승·상대적 박탈감 커져
물질 가치 앞세우는 세태 안타까워


지난 6일, KDI발(發) ‘한국의 중산층은 누구인가’ 보고서를 통해 흥미로운 결과가 발표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실제로 소득 상위 20%에 속하는 경제적 상층 가운데 약 85%가 자신을 중층 혹은 하층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사회문제로 지목되고 있는 ‘중산층 위기론’은 중산층 비율 자체가 감소한 결과라기보다는,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여기는 고소득층의 불만이 투영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었다.

중산층은 보통 객관적 중산층과 주관적 중산층으로 나눈다. 객관적 중산층은 OECD 기준에 따라 중위소득을 중심으로 75~200%에 속하는 집단을 지칭한다. 중위소득이란 전국 가구를 소득에 따라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의미한다. KDI 보고서에 따르면, 처분가능한 소득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객관적 중산층 비율은 2011년 51.9%에서 2021년 57.8%로 10년 사이 5.9%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주관적 중산층은 문자 그대로 자신이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지 여부를 의미한다. 1983년 조사에서는 무려 80%가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1989년 및 1994년 조사에서도 중산층 귀속의식은 각각 75.5% 및 70.7%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2005년에는 56%로 과반을 가까스로 넘긴 이후 2013년 한국사회학회 조사에서는 20.2%로 격감했다.

분명한 것은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10명 중 7명 이상이 자신은 중산층에 속한다고 응답함으로써, 매우 높은 중산층 귀속의식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대부분의 사회조사에서 주관적 계층의식은 독립변수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웃과 활발히 교류하며 생활하던 시대, 대부분의 한국인은 자신이 잘사는 부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은 중간 정도의 소시민이라 여기며 만족해하던 시절이 있었던 셈이다.한데 지금은 명백히 객관적 지표상 중산층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내심 중산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 중인 것이다. 중산층 귀속의식 쇠퇴의 주요인으로, 미국 하와이대 사회학과의 구해근 명예교수는 신자유주의의 흐름을 타고 등장한 ‘특권 중산층’을 지목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특권 중산층을 기준으로 자신은 중산층에 미치지 못한다는 자괴감 내지 상대적 박탈감에 빠졌다는 것이다.

중산층 기준 또한 가파르게 상승하여, 2018년 매경 조사에 따르면 소득 월 500만~600만 원(당시 중위소득은 230만 원), 30~40평 규모의 아파트 소유(최소한 전세), 주 1회 가족과 외식, 연 1~2회 해외여행 등을 즐길 정도는 되어야 중산층이라 할 수 있다는 응답이 주를 이루었다. 이웃과 단절되다 보니 대중매체나 소셜 미디어에 등장하는 상위 20% 특권 중산층의 생활양식이 하나의 준거 모델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소득 전문직을 중심으로 한 이들 특권 중산층은 자신들의 계층적 지위를 세습하고자 자녀교육에 상당한 투자를 한다는 점에서 일반 중산층과 구분된다는 것이 구 교수의 주장이다. 고소득 전문직 부모일수록 자산을 물려주기보다 자녀의 인적 자본을 키워 몸값을 올려주는 것이 현명한 투자라는 생각에 헬리콥터맘 드론맘을 불사함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덧붙여 강남 송파 서초 등의 거주 지역이 특권 중산층의 지위상징으로 부상하고 있음도 주목할 만하다. 한때는 가족이 안정적으로 살 집을 마련하는 것으로 가장의 책임을 다했노라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한국 특유의 주택정책에 힘입어 아파트가 부동산임에도 높은 환금성을 자랑하는 상품이자 금융거래 시 고신뢰를 담보하는 물건이 됨으로써, 너나없이 서울 요지의 아파트로 입성하고자 하는 욕망의 사슬에 갇혀버렸다.

중산층의 기준으로 물질적 가치를 최우선에 내세우고 있음은 심히 유감이다. 중산층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버팀목이 되는 집단으로서 사회적 결속 및 안정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더욱 그러하다. 시민으로서의 책임의식, 삶에 대한 만족도 및 행복도, 건강한 부모자녀 관계,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 등을 중산층 기준에 포함하자는 주장이, 세상물정 모르는 낭만적 감상으로 치부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경제] 랭킹 뉴스

  • 올림픽 맛있게 응원하자…집관족 취향저격 ‘올림픽 에디션’
  • 질병청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 첫 발간
  • 지치고 바쁜 현대인에게 조용히 찾아오는 '당뇨병' [명의]
  •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93.7%...1년 11개월 만에 최고점 찍었다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경제] 공감 뉴스

  • 8월 극장가 '재개봉 러시'…인생영화 다시 스크린으로
  • 케이뱅크, MY체크카드 90만장 넘었다..."인뱅 유일 K 패스 기능 탑재"
  • 삼정KPMG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에 슬립테크 부상”
  • "‘용인 스마일 보이’ 우상혁이 웃었다"...이상일 용인특례시장,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 '응원'하고 '격려'
  • ‘나는 솔로’ 21기 최종 선택 대반전…순자, 영철 직진에도 선택 포기
  • 삼성자산운용, 공식 유튜브 채널 정보 시리즈 인기몰이

당신을 위한 인기글

  • 한 번 맛보면 저절로 반하게 되는 맛, 돼지불백 맛집 BEST5
  • 요즘처럼 날씨 좋은 날, 나들이 가기 좋은 양평 맛집 BEST5
  • 밤에만 놀기엔 너무 짧다, 낮부터 즐길 수 있는 낮술 맛집 BEST5
  • ‘찍먹’의 진수! 소박한 한 그릇이 주는 기쁨, 츠케멘 맛집 BEST5
  • 강동원의 ‘전,란’이 온다…주목해야 할 3가지
  • 김고은부터 김태리·김선아까지…쇼트커트에 빠진 여배우들
  • ‘행복의 나라’, 홍콩아시안영화제 초청 이유 보니
  • 지창욱이 여기서 왜 나와? 가수 이적과 특급 만남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엘르보이스] 소녀들의 목소리를 기다리며

    연예 

  • 2
    작은 바람이 일으키는 마법

    연예 

  • 3
    "하나도 안 다쳤는데?"…접촉사고 후 한의원 데려간 '부모' [기가車]

    뉴스 

  • 4
    소시 수영, 멤버 유리 비키니 자태 극찬 "진짜 미쳤어"

    연예 

  • 5
    별거 후 '사업 대박' 남편…재산분할은 '모르쇠'? [결혼과 이혼]

    뉴스 

[경제] 인기 뉴스

  • 올림픽 맛있게 응원하자…집관족 취향저격 ‘올림픽 에디션’
  • 질병청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 첫 발간
  • 지치고 바쁜 현대인에게 조용히 찾아오는 '당뇨병' [명의]
  •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93.7%...1년 11개월 만에 최고점 찍었다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지금 뜨는 뉴스

  • 1
    '클린업 트리오' 합작 7타점 대폭발, 4위 수성! 이승엽 감독의 미소 "팀 베어스 똘똘 뭉쳐 승리" [MD잠실]

    스포츠 

  • 2
    [남녀편견지사⑧] “내 한계는 내가 정한다”…노가다판에 뛰어든 언니 이야기

    뉴스 

  • 3
    김병환 금융위원장 "美 금리인하 따른 레버리지 확대 가능성 대비"

    뉴스 

  • 4
    박봄, 베트남서 인형 미모 뿜뿜…"여왕이 너무 아름다워"

    연예 

  • 5
    첼시 '최악의 사령탑', 1년 5개월 만에 일자리 찾는다...에버튼 차기 감독으로 '급부상'

    스포츠 

[경제] 추천 뉴스

  • 8월 극장가 '재개봉 러시'…인생영화 다시 스크린으로
  • 케이뱅크, MY체크카드 90만장 넘었다..."인뱅 유일 K 패스 기능 탑재"
  • 삼정KPMG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에 슬립테크 부상”
  • "‘용인 스마일 보이’ 우상혁이 웃었다"...이상일 용인특례시장,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 '응원'하고 '격려'
  • ‘나는 솔로’ 21기 최종 선택 대반전…순자, 영철 직진에도 선택 포기
  • 삼성자산운용, 공식 유튜브 채널 정보 시리즈 인기몰이

당신을 위한 인기글

  • 한 번 맛보면 저절로 반하게 되는 맛, 돼지불백 맛집 BEST5
  • 요즘처럼 날씨 좋은 날, 나들이 가기 좋은 양평 맛집 BEST5
  • 밤에만 놀기엔 너무 짧다, 낮부터 즐길 수 있는 낮술 맛집 BEST5
  • ‘찍먹’의 진수! 소박한 한 그릇이 주는 기쁨, 츠케멘 맛집 BEST5
  • 강동원의 ‘전,란’이 온다…주목해야 할 3가지
  • 김고은부터 김태리·김선아까지…쇼트커트에 빠진 여배우들
  • ‘행복의 나라’, 홍콩아시안영화제 초청 이유 보니
  • 지창욱이 여기서 왜 나와? 가수 이적과 특급 만남

추천 뉴스

  • 1
    [엘르보이스] 소녀들의 목소리를 기다리며

    연예 

  • 2
    작은 바람이 일으키는 마법

    연예 

  • 3
    "하나도 안 다쳤는데?"…접촉사고 후 한의원 데려간 '부모' [기가車]

    뉴스 

  • 4
    소시 수영, 멤버 유리 비키니 자태 극찬 "진짜 미쳤어"

    연예 

  • 5
    별거 후 '사업 대박' 남편…재산분할은 '모르쇠'? [결혼과 이혼]

    뉴스 

지금 뜨는 뉴스

  • 1
    '클린업 트리오' 합작 7타점 대폭발, 4위 수성! 이승엽 감독의 미소 "팀 베어스 똘똘 뭉쳐 승리" [MD잠실]

    스포츠 

  • 2
    [남녀편견지사⑧] “내 한계는 내가 정한다”…노가다판에 뛰어든 언니 이야기

    뉴스 

  • 3
    김병환 금융위원장 "美 금리인하 따른 레버리지 확대 가능성 대비"

    뉴스 

  • 4
    박봄, 베트남서 인형 미모 뿜뿜…"여왕이 너무 아름다워"

    연예 

  • 5
    첼시 '최악의 사령탑', 1년 5개월 만에 일자리 찾는다...에버튼 차기 감독으로 '급부상'

    스포츠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