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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2년 평가] 국회에 발 묶인 밸류업·금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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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2년 간 국내 자본시장과 실물경제의 성장 지속, 자본시장 공정성 강화를 목표 삼아 자본시장 규율·감독 체계와 제도의 개편을 추진해 왔다. ‘자본시장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문제는 관련법 개정이다. 남은 임기 동안의 성과는 결국 국회로 공을 넘기고 말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일본 증시 부양 정책을 벤치마킹해 올해 2월부터 상장회사가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세워 실천하며 이에 대해 투자자와 소통하게 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참여 기업의 계획 수립과 공시를 지원하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초안을 내놨다. 가이드라인 핵심은 상장사가 ‘기업개요-현황진단-목표설정-계획수립-이행평가-소통’ 등으로 구성된 공시를 연 1회 작성·게시하는 것이다. 밸류업 지원 일환으로 연내 관련 지수 개발, 이에 연계된 ETF 출시도 예고했다.

시장에서는 의도는 좋지만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 일정 수준의 강제성이나 확실한 참여 동기를 부여할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 놓고 있다. 정부는 강제보다는 기업의 자율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면서도, 기획재정부 차원의 법인세 감면·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세제 지원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에 필요한 법인세법·소득세법 개정 방향을 야당은 대주주·대기업 특혜라며 반대해 왔다. 이에 밸류업 관련 세제 인센티브 내용이 확정되고 법안이 마련돼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1월 공언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전 폐지’ 방침도 난항이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금융투자, 주식투자와 관련해 배당소득세 등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데 금투세까지 얹히게 되면 별로 남는 게 없다”며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우리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1천400만 개인 투자자의 이해가 걸려있을 뿐 아니라 자본시장이 무너지고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면 실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이 문제는 국회에 강력히 협력을 요청하고 특히 야당의 협조를 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금투세는 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 이상의 금융투자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해당 소득 20%(3억원 초과분에 25%)를 세금으로 걷는 제도로 내년 시행한다. 당초 작년부터 시행하려다 여야 합의로 2년을 미뤘다. 정부는 금투세 시행이 증시 활성화에 부정적 영향이 크고 밸류업 정책과도 상충한다고 보지만, 금투세 폐지를 곧 ‘부자 감세’로 인식하고 예정대로 금투세를 시행하겠다는 야당과 협조하긴 어려워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불법 공매도 적발을 계기로 국내 증시에서 작년 11월부터 전면 금지된 공매도 거래가 언제 재개될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는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기관투자자 공매도 주문 처리 과정을 전산화하고 실시간으로 매도 가능 잔고와 주문 내용을 비교해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걸러내는 불법 공매도 차단 시스템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이달 6일 조사 대상 IB 14개사 중 9개사에서 2112억원 규모에 이르는 불법 공매도 주문 혐의를 잡아냈다는 중간 조사결과도 내놨다.

윤 대통령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민생을 챙기는 정부’라는 주제로 4월초 열린 경제분야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의 마무리 발언으로 “우리 주식투자자들이 공매도로 인한 피해를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단계가 될 때까지 공매도 폐지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불법 공매도를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이 구축되면 다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가도 상관없지 않겠냐는 생각”이라고 했다. 금감원의 불법 공매도 차단 시스템 구축, 운영상 검증 이후에야 공매도 거래를 재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불법 공매도에 철퇴를 내리고 우리 증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밸류업 프로그램 등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공매도 금지, 금투세 폐지 등 글로벌 스탠더드와 어긋나는 기조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 당국에서 증권시장 건전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것으로 평가하며 불법 공매도 거래 적출 시스템을 갖추려는 방향은 긍정적이라고 본다”면서도 “제도를 개편하는데 왜 굳이 공매도를 금지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결제일인 T+2(매매거래일로부터 2거래일)까지 주식을 보유하면 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춰볼 때 ‘왜 우리만 공매 시점에 주식을 보유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 국가에서 이자소득과 함께 자본소득세가 존재하는 만큼 우리도 금투세를 부과하고 (증권)거래세를 인하해야 한다”면서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대해선 “기본 방향 설정은 옳다고 보나, 중장기적 접근으로 당장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대주주 이익에 소액주주 재산이 침해되도록 방조하는 현행법 외에 다른 데서 증시 저평가의 근본 원인을 찾는 접근 방식에 한계가 있고, 이를 개선해야 실질적인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정부가 2년간 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과 해결 방안에 대한 고민 없이 총선용 인기영합주의 정책을 추진하다가, 그마저도 의회 과반을 차지하는 야당과 협치를 못해 용두사미가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 증시 저평가의 근본 원인은 물적분할에 의한 모자회사 동시 상장, 자기주식의 악용 등으로 소액주주의 재산이 언제든 대주주 이익을 위해 희생될 수 있는 제도에 있기에 (밸류업 관련) 세제 혜택 등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면서 “남은 임기 3년 동안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전체 주주’를 포함시키도록 법 하나만 개정 하더라도 우리 자본시장 발전에 크게 기여한 정부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출범 시점인 2022년 5월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와 금융위원회가 하반기 릴레이로 진행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세미나’ 논의를 바탕으로 주식·금융투자상품 과세 방식, 공매도 제도, 상장 기업의 배당 절차, 상장 폐지 및 물적분할 상장 요건 등 개선 과제를 도출했다.

이후 추진된 사항은 주로 이미 개정됐거나 현행법 내에서 시행령과 규칙 등 하위 법령 제·개정과 기업 자율에 맡기는 권고 형태로 구체화하고 있다. 후속 조치를 감안하면 여전히 자본시장법, 세법 등의 개정 필요성이 남지만 야당과 합의해 과제를 완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금융위는 ‘주식 대량보유상황보고’ 공시서식을 개정해 상장회사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한 ‘보고의무자’가 경영참여 목적으로 주식 보유 시 구체적 계획을 밝히게 했다. 개정된 법령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지분을 거래하는 상장회사 임원, 주요주주 등 ‘내부자’에게 사전공시 의무를 부여하고 거래계획 미공시·허위공시·미이행 등 사전공시 의무 위반시 과징금을 최대 20억원까지 부과한다.

금융 당국 조사만으로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3대 불공정거래 사범에게 부당이득액의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위해 ‘라덕연 사태’ 등 작년 여러 차례 불거진 대형 주가조작 사건을 계기로 올해 1월부터 개정 시행한 자본시장법에 관련 근거를 신설했다.

작년 6월부터 신규 상장한 기업의 적정 가격 발견을 돕기 위해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을 기존 ‘공모가 90~200%’에서 ‘공모가 60~400%’로 늘렸다. 작년 말 외국인 투자자 사전등록 의무를 폐지했고,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상장회사 영문 공시를 의무화해 외국인 투자자의 증시 접근성을 높였다. 배당 절차 관련 표준 정관을 변경해 이를 수용한 기업의 배당여부와 배당금액을 투자자가 미리 알고 투자할 수 있게 했다.

9일에는 금감원이 ‘IPO 주관업무 개선방안’을 발표해 상장기업 주관사 독립성 제고, 기업실사 책임성 강화, 공모가 산정 합리성 제고, 충실한 공시, 내부통제 강화 등을 당부하고 주관사 자율성을 존중하되 시장 신뢰 훼손 행위에 엄정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하반기 한국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하고 주관사 업무 실태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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