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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 무역 분쟁이 격화하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중 수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철강 등 중간재 부문이 특히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대미·대중 수출 비중은 38%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4월 대미 수출은 423억 달러로 전체 수출(2201억 달러)의 19.2%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대중 수출은 413억 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18.8%로 나타났다. 우리 전체 수출의 40%가량이 미국과 중국으로 향하는 셈이다.
미중 간 관세 전쟁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 수출 부문의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문은 중간재 수출이다. 중국은 한국에서 철강·반도체·2차전지 등 중간재를 수입한 후 완제품을 만들어 다른 국가로 수출한다.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이 80%를 웃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이 ‘관세 폭탄’ 등을 통해 중국에 대한 무역 장벽을 끌어올리면 중국산 제품에 쓰이는 한국산 중간재 수출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제 미중 간 1차 관세 전쟁이 불거졌던 2019년 당시 국내 수출은 전년 대비 10.3% 줄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최근 건설 경기 부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철강 산업은 대중 수출마저 줄어들 경우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산 흑연 등을 쓰는 국내 2차전지의 대미 수출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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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發) 글로벌 공급과잉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수출을 위해 제조한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한국 등 대체 시장으로 쏟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내수 부진으로 자국 재고가 급격히 늘자 철강·석유화학 등 산업재는 물론 소비재까지 헐값에 밀어내는 수출 전략을 취하고 있다.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 1위 업체인 쿠팡은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업체의 공습으로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61% 급감하기도 했다.
무역 전쟁 장기화에 대비한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할 경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1조 4000억 달러(약 1920조 원)씩 감소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송 위원은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든 미국의 중국 견제는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중간재 수출 감소 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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