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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상장사인 코스피200 기업들이 일본 닛케이225 기업들보다 각종 배당정책에서 크게 뒤처진다는 글로벌 분석 기관의 평가가 나왔다. 한국은 배당을 꾸준히 늘리거나, 얼마나 어느 정도로 배당할지 예측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아 외국인투자가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성공을 위해서는 한국 기업들의 후진적인 배당 관행부터 손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정보 제공 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는 ‘한국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보고서를 통해 “여러 측면에서 글로벌 표준에 뒤처진 한국 배당 관행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라고 밝혔다.
S&P 글로벌은 예측 가능성, 일관성, 수익성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한국 배당 관행이 일본에 뒤처져 있다고 평가했다. 먼저 예측 가능성에서 한국은 배당정책 수립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코스피200 기업 중 올해 4월 기준으로 명확한 배당정책을 가진 기업 비중은 110개사(55%)에 불과하다고 S&P는 꼬집었다. 반면 닛케이225는 170개사(76%)가 정량화된 배당정책을 운영 중이다.
연중 배당 횟수도 일본과 큰 차이가 난다. 2023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닛케이225 기업 가운데 88%는 중간배당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코스피200에서는 불과 8%만 중간배당을 했다. 분기 배당(7%)까지 합쳐도 15%에 그쳤다.
경영이 어려워지더라도 꾸준히 배당을 늘려가는 것도 주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지만 국내 기업은 이런 부분에서도 일본에 뒤졌다. S&P 글로벌 분석 결과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닛케이225 기업 가운데 배당금을 한 차례도 깎지 않은 기업 수는 94개사(44%)에 이른다. 1회(25%)나 2회(12%)까지 합치면 81%다. 일본은 지난 10년간 안정적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배당 관련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투자자 신뢰를 확보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코스피200 기업은 단 35개사(18%)만 배당금을 줄이지 않았다. 2014년 이후 세 번 이상 배당금을 줄인 기업은 78개사(39%)에 이를 뿐 아니라 아예 배당이 없던 기업도 22개사(11%)나 된다. 학계에서는 기업이 배당 규모를 줄이면 경영 사정이 어렵다는 시그널을 줘 투자자들의 매도 유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매년 배당 규모를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기업 비중도 한국이 28%로 일본(16%)에 비해 높았다. 일부 추정 가능한 지표를 통해 배당을 결정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각종 재량적 지표를 활용해 배당 예측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3년 이상 배당을 하지 않아 분석 대상에서 제외된 기업 수는 한국이 46개사(30%)로 일본 5개사(2%) 대비 9배가 넘었다. 실제 코스피 시가총액 3위 LG에너지솔루션과 4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S&P 글로벌은 코스피200과 닛케이225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 수준에 큰 차이가 없지만 일본 배당 지급 비율이 최소 10% 이상 높다고 분석했다. 배당할 여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S&P 글로벌은 “한국 기업들은 기업 이익을 투자하거나 주주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도 배당 문화 개선을 위해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깜깜이 배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당액을 보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절차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제도 기반을 마련했다. 이달 발표된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에서도 배당 금액, 배당 성향, 배당 수익률 등 지표를 공시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실제 배당정책을 구체화하는 등 주주 우선 문화가 국내 정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총 10위권 내 주요 기업은 이익 감소에도 배당을 늘리거나 금융지주사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이 이뤄지고 있으나 시장 전체로 확산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페드로 최 S&P 연구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배당은 회사 전망과 관련해 경영진과 주주 간 신뢰를 구축하는 일”이라며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투자가들의 신뢰를 높여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할 수 있는 만큼 배당을 예측할 수 있도록 꾸준한 배당정책을 내놓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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