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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 아세안 사로잡은 ‘K-빵’의 비결

비즈워치 조회수  

그래픽=비즈워치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의 마닐라 베이에 자리잡은 필리핀 최대 쇼핑몰 ‘몰 오브 아시아’에 최근 문을 연 ‘핫플’이 있다. 바로 ‘파리바게뜨’다. 지난 4월 18일 오픈한 후 지금까지 매일 1200명 이상이 방문하며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하루에 판매되는 빵과 케이크만 3000개가 넘는다. 

베트남에서는 CJ푸드빌의 ‘뚜레쥬르’가 1020의 만남의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단순히 K-컬처를 등에 업은 반짝 인기가 아니다. 2007년 첫 매장을 연 뒤 20년 가까이 업력을 쌓으며 베트남 내 프리미엄 베이커리 1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베트남에서 커피와 빵을 함께 즐기는 ‘카페형 베이커리’ 문화를 도입한 것이 뚜레쥬르다. 

동남아시아가 ‘K-베이커리’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국내 대표 베이커리 브랜드들은 2010년대 들어 주요 동남아 국가에 진출해 좋은 성과를 내며 연착륙하고 있다. 현지에서도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들이 몰리는 대형 쇼핑몰을 중심으로 입점하는 전략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미·중 다음은 ‘아세안’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가장 중요시하는 해외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다. 파리바게뜨는 중국에 340여 개, 미국에 16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뚜레쥬르도 미국에 100여 개, 중국에 200여 개 매장이 있다. 전체 해외 매장의 80% 이상이 미국과 중국에 집중돼 있다. 구매력과 인구 등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다. 

이들이 그 다음으로 주목하는 시장이 바로 동남아시아다. 4월말 기준 뚜레쥬르는 인도네시아에 62개, 베트남에 42개, 캄보디아에 2개 등 106개 매장을 동남아 시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에는 지난 2007년, 인도네시아에는 2011년에 진출해 이미 업력이 10년을 훌쩍 넘어섰다. 캄보디아에도 2011년 진출했다가 올해 현지 협력사(마스터 프랜차이즈)를 교체하고 재출점했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동남아 진출 현황/그래픽=비즈워치

파리바게뜨도 2012년부터 동남아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2012년 베트남과 싱가포르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2021년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2023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다. 올해는 필리핀에 매장을 내며 동남아 6개국에 자리를 잡았다. 전체 동남아 매장 수는 뚜레쥬르보다 적지만 진출국 수는 3곳 더 많은, 문어발식 확장에 나서고 있다. 

K-베이커리 대표 브랜드들이 동남아 시장에 주목하는 건 성장성 때문이다. AMRO(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는 올해 아세안 10개국의 경제 성장률을 4.8%로 전망했다. 2.3%인 한국의 두배가 넘는다. 특히 국내 브랜드들이 진출한 캄보디아(6.2%), 인도네시아(5.2%), 말레이시아(5.0%), 필리핀(6.3%) 등은 5% 이상의 성장이 기대되는 국가들이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대형 베이커리 브랜드는 국내에서는 적극적인 시장 확대가 어렵다. 2013년부터 제과점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2019년 규제가 만료됐지만 이번엔 제과협회와 상생협약을 맺으며 사실상 규제가 연장됐다. 성장성 높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K-컬처 선봉장

동남아 시장 공략의 키 포인트는 ‘몰링(Malling)’ 문화다. 동남아시아는 1년 내내 덥고 습하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연평균 기온이 한국의 한여름 수준인 27~30도에 달한다. 이 때문에 에어컨이 나오는 대형 쇼핑몰에서 식사와 쇼핑을 한 번에 즐기는 문화가 발달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이에 맞춰 대형 쇼핑몰 중심의 출점 전략을 세웠다. 실제로 양사의 동남아 주요 매장은 대형 쇼핑몰에 집중돼 있다. 다른 장점도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대형 쇼핑몰을 찾는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은 중산층 이상이다. 동남아에 진출한 국내 브랜드의 약점인 높은 가격이 ‘프리미엄’ 이미지로 전환될 수 있다.

파리바게뜨 필리핀 마닐라 ‘몰오브아시아’점/사진제공=SPC

국내 매장보다 좌석을 늘려 고객들이 쇼핑을 즐긴 후 매장에서 쉬면서 빵과 커피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도 주효했다. 그동안 동남아에서 ‘빵집’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공장에서 만든 양산빵을 판매만 하는 매장을 지칭했다. 하지만 이젠 국내 브랜드들이 매장에서 직접 구운 빵을 그 자리에서 바로 먹는 ‘카페형 베이커리’ 문화를 동남아에 이식했다.

국내 브랜드들이 ‘유럽식 베이커리’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도 빠른 안착의 이유로 꼽힌다.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들은 제국주의 시대 유럽 국가들의 식민지였던 경험이 있다. 짧게는 수십년, 길게는 수백년의 식민지 시기를 거치며 유럽식 베이커리 문화가 정착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빵이 이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유다.

현지에 익숙한 빵을 재해석해 내놓는 현지화 전략도 효과를 봤다. 파리바게뜨는 필리핀 마닐라 매장을 내면서 필리핀의 대표 빵인 ‘엔사이마다’를 재해석한 메뉴를 내놔 완판 행진을 벌였다. 

업계 관계자는 “K-팝으로 대표되는 K-컬처 확산의 중심지인 동남아에서 프리미엄 베이커리 이미지를 굳힌 만큼 당분강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현지에서 직접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브랜드가 많지 않아 시장을 선점한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워치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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