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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의 지난해 정유부문 영업이익률은 1.7%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제조업 영업이익률이 못해도 5%를 넘는 것에 비하면 지독한 저마진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수출 효자 산업, 국가기간 산업이라는 명예 뒤에 박리다매의 한계가 드러나는 숫자다.
한 자릿수의 영업이익률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정유 4사들은 이제 막 확대되는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전 세계 석유 수요의 최고점이 2050년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존의 관련 산업과 신사업은 정유사가 필연적으로 양대 축으로 삼아야만 한다. 이미 바이오항공유, 수소·탄소포집저장이용, 액침냉각 등 아직 시장 형성이 극 초기인 부문에 뛰어들고 유가 변동성이 심해도 대규모 투자를 끊임없이 이어가는 이유다.
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이 현재까지 예정한 투자 금액은 9조6000억원 이상이며, 지난해 지출한 연구개발(R&D) 금액은 1000억원 수준이다.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SK이노베이션의 관련 비용까지 합치면 투자 및 R&D 금액은 이를 훨씬 웃돈다.
국내 정유사들의 핵심은 정제마진이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 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값으로 각사들의 수익성 핵심이기도 하다. 이 정제마진은 유가의 상승세와 꼭 일치하지만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유가가 일정하지 않은 데다가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기를 맞은 만큼 친환경 사업을 발굴하는 게 정유사들로서는 최대 과제다.
대표적으로 지속가능항공유(SAF)는 항공유 수출 1위인 우리나라가 가장 빠르게 선점해야 할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SAF 시장은 오는 2027년 현재보다 20배 안팎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럽연합(EU)은 당장 내년부터 기존 항공유에 바이오항공유를 최소 2% 이상 섞도록 의무화했다. 2030년에는 6%, 2035년에는 20%, 2050년에는 70% 등으로 높아진다. 전 세계 항공업계의 폭발적인 수요가 예상되는 지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말 SAF 생산 테스트를 진행하고 오는 2026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GS칼텍스는 포스코·LG화학·대한항공·HMM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 바이오 원료 생산에 대한 협력을 진행 중이다. 에쓰오일은 4대 정유사 중 가장 앞서 친환경 국제인증을 받은 SAF 생산에 나서며,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부터 충청남도 대산공장 내 연산 13만톤 규모의 바이오 디젤 전용 공장을 상업 가동하고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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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를 포함해 저탄소 사업은 각 사의 전략대로 진행 중이다. 수소·탄소포집저장이용(CCUS) 사업이 대표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 롯데케미칼과 함께 CCUS의 핵심인 탄소포집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 및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으며, GS칼텍스는 여수공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활용, 저장을 아우르는 CCUS 전체사업 영역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오는 2040년 40조원 이상의 규모를 바라보는 액침냉각 기술에도 뛰어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액침냉각은 데이터센터를 액체에 담가 열을 식히는 기술로,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는 올 하반기 국내에서 처음으로 관련 제품 공급을 시작한다. 에쓰오일도 윤활유 설비 및 규모 측면 차별적 경쟁력을 고려해 액침 냉각 시장에서 적극적인 사업 기회를 모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에쓰오일이 추진하는 9조원 규모의 ‘샤힌 프로젝트’는 전체 산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탄소 중립 사업이다.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에 건립 중으로, 핵심설비는 스팀 크래커·TC2C·폴리머 공장이다. 이 중 스팀크래커는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시설로 세계 최대 규모다. TC2C는 원유에서 직접 LPG, 나프타 등으로 전환하는 신기술이 적용됐으며, 폴리머 시설에서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생산한다. 이를 통해 원가 경쟁력에서 앞서고 수소·바이오연료 등 차세대 에너지 사업 기반 마련도 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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