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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대 1의 경쟁률도 우습다. 공사비 상승 등을 이유로 올들어 아파트 분양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무순위 청약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일명 ‘줍줍’으로도 불리는 무순위 청약은 일반청약에 비해 자격 요건이 까다롭지 않아 예전에도 인기였지만 최근에는 ‘광풍’ 수준이다.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는 아파트 단지에는 1가구 모집에 수십만명 이상이 몰리기도 한다.
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서울·수도권 등에서 진행된 무순위 청약 단지는 대부분은 두자릿수 이상의 경쟁률을 보이며 마감됐다.
무순위 청약은 미계약이나 미분양 물량으로 나온 잔여세대에 대해 신청을 받아 무작위 추첨하는 방식으로 아파트 분양 당첨자를 선정하는 청약을 말한다. 청약통장 유무와 거주지 제한, 무주택 여부에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일반청약에 비해 경쟁률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청약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지난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줍줍을 진행한 서울 강동구 강일동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 아파트의 경우 신혼부부와 다자녀가구 등 특별공급 6가구가 포함돼 있었지만 7가구 모집에 무려 4만6189명이 몰렸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무주택 세대주이기만 하면 별도 신청 자격을 두지 않았던 일반공급 101.4㎡C 1가구에는 2만9496명이 신청해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앞서 지난달 8일 진행된 경기 하남시 감이동 ‘감일 푸르지오 마크베르’도 2가구 모집에 57만7500명이 몰리면서 경쟁률 28만8750대 1로 지난 4월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두 단지 모두 수억원대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며 수요자가 몰렸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의 전용 84㎡형은 분양가가 7억3260만~7억7220만원으로, 주변 시세 대비 3억원가량 낮다. 거주 의무가 없다는 것도 매력으로 꼽혔다.
감일 푸르지오 마크베르도 마찬가지. 전용 84㎡형 분양가가 5억원 중후반대로,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지난해 10월 9억9000만원에 거래돼 4억2000만원가량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에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분양가 논란을 빚으며 미분양이 됐던 단지도 최근 무순위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보여 시세 차익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가 대표적 예다. 지난 1월만 해도 92가구의 3차 무순위 청약 때 314명만 신청했는데 지난 8일 4차 청약에선 68가구 모집에 5122명이 몰리며 평균 7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9월 분양 당시 전용 84㎡형 분양가를 최고 13억9300만원대로 책정해 인근 역세권 신축 단지인 ‘상도역 롯데캐슬 파크엘’ 시세보다 1억~2억원가량 비싸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던 곳이다.
계속해서 오르는 분양가에 관망하던 수요자들까지 나서며 무순위 청약에 뛰어든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아파트 분양가를 결정짓는 공사비 원가에 해당하는 인건비와 원자잿값 등이 하락할 여력이 없다는 판단에 기존 분양 단지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 1㎡당 평균 분양가는 지난 3월 말 기준 1149만8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3.9% 상승했다. 3.3㎡(1평)당으로 따지면 38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무순위 청약을 통해 아파트를 분양받더라도 계약일과 잔금 처리일까지 기한이 짧은 만큼 충분한 자금을 마련한 뒤 ‘줍줍’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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