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째 지속되는 의·정 갈등이 오는 17일께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이날 의과대학 2000명 증원에 대한 집행정지 판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법원이 의료계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다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사실상 무산된다.
9일 의료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의대 교수 등 18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의대 증원과 배분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이달 중순쯤 결정한다. 정부가 10일까지 의대 2000명 증원을 결정한 근거 자료를 제출하고, 법원은 17일께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신속히 판단하려는 이유는 대학 입시 일정 때문이다. 대입 전형을 심의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달 말까지 대학들이 제출한 2025학년도 입시계획을 마무리해야 한다. 내년도 전문의 배출과도 연관된다. 오는 20일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수련 기간 미달’로 내년도 전문의 배출이 막힌다. 한 해에 약 3000명의 전문의가 배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료 인력 공백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20일 전후로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법원의 이른 판단을 촉구했다. 의대는 한 학기에 15주 이상 운영하는데, 의대생은 5주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받아 유급된다. 의대생들이 집단 유급할 경우 앞으로 6년간 두 학번이 함께 교육을 받는 학년이 생긴다.
정부는 의료공백에 대응하고자 ‘진료보조(PA) 간호사’에 이어 ‘외국 면허 의사 도입’도 꺼내 들었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이런 내용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관련 내용은 조만갈 열릴 대통령 직속 사회적 협의체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논의될 전망이다.
사태 장기화로 제약 업계도 위기감에 휩싸였다. 제약사와 병원 간 의약품 공급은 분기 단위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1분기엔 기존 계약 물량이 남아 있어 바로 제약사 실적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2분기부터는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한국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 3월 전체 원외 의약품의 조제건수와 금액은 전년 동월보다 각각 6.4%, 3.9% 감소했다. 의료공백으로 입원 건수가 줄고 수술 연기도 발생하면서 원내 의약품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제약사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연구·개발(R&D) 추진 영향으로 지난 1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증·응급을 제외한 일반 환자 대상 의약품 공급이 줄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형병원 납품처인 도매상들이 병원 경영 악화로 타격을 받게 된다면 제약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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