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증권사들이 기업공개(IPO) 주관을 할 때 단계별로 수수료를 받게 될 예정이다. 무리한 상장 추진을 막기 위한 조치다. 실사업무도 강화되고, 평가 기준도 체계화 하는 등, 권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책임감도 높여야 한다.
9일 금융감독원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IPO 주관업무 제도개선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금감원과 자본시장연구원, 삼일회계법인이 참석했다. 증권사 6곳(미래에셋·KB·삼성·대신·하나·신영증권)과 운용사 2곳(NH아문디·신한자산운용)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는 “최근 중요 위험요인 기재누락, 공모가 고평가 등 일련의 논란으로 주관사 역량과 책임성에 대한 시장 신뢰가 크게 실추됐다”며 “주관사 자율성을 존중하되 시장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경우 엄정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주관사의 실사 업무의 책임성을 강화했다. 기업 실사 항목과 방법, 검증 절차를 규정으로 만들고 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부실 실사로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신규 사업 추진 계획, 자금 조달 계획 관련, 경영진 면담을 필수화했다. 또 회사가 준 자료를 그대로 믿는 게 아니라 전문가의 의견을 듣거나 회사 거래처 담당 부서 직원을 면담하도록 했다.
실사 책임자인 주관사 임원이 실사 계획과 진행 경과를 확인하고 최종 실사결과보고서를 검토, 승인해야 한다. 금감원은 규정에 따라 실사 업무를 하지 않는 증권사에 대해선 금융투자업규정을 개정해 제재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공시 서식을 개정, 실사 책임자를 공시하고 실사 검증 절차와 실사 의견란을 기재해야 한다.
수수료 구조도 개선된다. 현재는 기업이 IPO를 완료했을 때만 증권사에 성공 수수료를 지급하는데, 앞으로는 IPO가 중간에 좌초돼도 일정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현재는 IPO가 중간에 틀어지면 기업은 증권사에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 이런 관행 탓에 증권사는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유인이 있다.
금감원은 수수료의 최소 금액은 정하지 않고 IPO 계약 해지 시 주관회사 업무에 대한 대가 수취 사항을 계약서에 포함하도록 했다. 증권사는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수수료는 수취하지 못 하도록 하고, 수수료 구성과 지급 조건을 공시해야 한다.
공모가 산정과 관련해 주관사의 내부 기준 마련도 의무화된다. 과도한 추정치를 사용하거나 비교기업이 적절한 지 등을 꼼꼼이 따져 볼 예정이다. 주관사는 내부기준에 대한 예외를 적용할 땐 내부 승인과 문서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는 IPO 공모가격 결정 기준과 절차를 만들어 증권사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간담회는 파두 사태가 직간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해 8월 반도체 팹리스 업체 파두가 상장 전 2023년 매출액 추정치는 1203억원이라 밝히면서 1조5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상장 직후 실적 발표에서 2분기 매출액은 6000만원이라고 발표했고, 이 탓에 뻥튀기 상장 의혹이 일었다. 당시 파두 주관을 맡았던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손희동 기자 sonn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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