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사들 사이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개발사업에 대한 채무인수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고금리와 공사비 원가 인상으로 시행사가 자금난에 빠지면서 책임준공 또는 연대보증에 나선 건설사가 대위변제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L건설은 지난 3일 에스피씨군량물류의 이천군량리물류센터 신축사업에 대한 1220억원의 채무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원채무자인 에스피씨군향물류가 파산신청을 하면서 이천군량리물류센터 PF 대출의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연대보증을 선 DL건설이 에스피씨군향물류의 PF 대출 채무를 대신 인수했다. DL건설은 올해 또는 내년 안에 해당 물류센터 매각을 통해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GS건설도 지난달 26일 부산의 한 사업장에서 발생한 1312억원 규모 미상환 PF 대출 채무를 시행사 대신 변제했다. GS건설은 부산광역시 강서구 지사동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자체사업으로 전환했다. 시행사인 지사글로벌개발은 1316억원의 PF 대출을 받아 지난 2020년 2월 착공한 뒤 지난해 2월 준공을 목표로 이 사업을 추진했다.
공사 초기 단계부터 산에 있는 흙을 깎아서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하는데, 흙을 버리는 사토장 마련에 시간이 걸리면서, 공사가 대폭 지연됐다. 또 지난해 특히 강우량이 늘어난 점도 공기 지연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결국 준공 목표 시점보다 14개월 가량 공사 기간이 늘어났고, 지난 4월 28일 책임준공 기한까지 공사를 마치지 못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돌관공사(야간공사)를 통해 공사 속도를 높였지만 책임준공 기한 내 공사를 마치지 못해서 PF 대출 채무를 인수했다”고 했다. 이어 “자체사업으로 전환한 상태로, 오는 7월 준공하면 본격적으로 분양사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호건설도 지난 2월 경기 수원의 한 오피스텔 신축사업의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시행사로부터 612억원의 PF 대출 채무를 인수했다. 금호건설은 경기 수원 권선구 고색2지구 오피스텔 신축사업의 시공을 맡아 사업을 추진했지만 지난 2월 14일 책임준공 기한까지 공사를 마치지 못했다.
건설사들은 책임준공 확약을 체결하고 진행했던 부동산 PF 사업이 줄줄이 좌초되자 좌불안석이다. 그룹사 지원이 가능하거나 현금유동성이 풍부해 채무인수를 한 뒤 자체사업으로 전환해 훗날 부동산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대형 건설사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중소형 건설사들은 책임준공 의무를 다하기 위해 2~3건의 PF 대출 채무를 대위변제할 경우 자금난 때문에 부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이사 “과거 책임준공이나 연대보증을 약속하고 활발히 시공에 나섰던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빠진 시행사의 PF 대출 채무를 대신 변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어려움이 예상되는 PF 사업장들이 주로 비아파트, 비수도권에 집중돼있어서 앞으로도 채무인수는 물론 건설사 부도 사례도 나올 것”이라며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않는 이상 PF 시장은 한동안 가시밭길을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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