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금융당국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기술신용대출 증가세가 석 달째 이어진 것으로 집계돼 주목된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잔액 및 신규 공급액의 증가세가 지속하고 있다는 지표가 공개된 가운데, 시중은행 및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공급 확대 흐름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은행에서 자체 취급하는 대기업, 중소기업 대상 기업대출 증가세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해 아쉽단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기술금융 확대에 대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의지가 분명한 데다, 실제 공급 가운데 신규 공급액이 최근 수개월 새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향후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회복세 돌아선 ‘기술 마중물’
9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쪼그라들었던 은행권 내 기술신용대출 공급이 올해 들어 완연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술신용대출은 초기 자본은 부족하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초기‧혁신기업을 대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상품이다. 부동산 등 담보가 부족한 기업의 특성을 반영해 무형의 ‘기술’을 담보로 자금을 공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2014년 출시 이후, 유동성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초기 혁신 및 중소기업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했던 기술신용대출은 지난 2022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급격히 축소되기 시작했다.
급격히 오르는 대출금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당수 혁신‧중소기업들이 대출 자체를 포기하면서 기술신용대출 공급 잔액 및 공급 건수 모두 감소세를 보인 것.
특히, 은행권에서도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기술신용대출 공급 문턱을 꾸준히 높였다. 타 중소기업 대상 대출 대비 금리는 다소 낮았지만, 경기침체의 여파로 대출을 이용하는 기업 대부분이 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기초체력이 부실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이 기술신용대출 활성화를 정책 과제로 내세우면서 연초부터 시작된 공급잔액 및 건수, 평가액(신규 공급액) 증가세가 1분기 동안 지속되는 등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권에서 공급한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08조950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307조5207억원) 대비 약 1조4300억원(0.47%) 가량 증가한 수치다.
공급 건수는 지난 2월 말 기준 72만2542건에서 지난 3월 말에는 72만87건으로 1700여건 가량 감소했지만, 기술신용대출의 실질적인 신규 공급규모를 의미하는 평가액의 경우 232조6287억원에서 234조426억원으로 한달 새 1조4000억원 가량 늘어났다.
특히 신규 공급액의 경우, 지난해 5월 기준 238조3060억원을 기록한 이후 약 10개월 만에 가장 큰 액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4대 시중은행 성장에 정책기관도 ‘화답’
이같은 흐름은 기술신용대출을 주로 공급하는 국내 주요 시중은행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 3월 기준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52조5204억원으로 전월(151조9615억원) 대비 5800억원 가량 증가했다. 공급건수는 같은기간 34만6527건에서 34만3170건으로 소폭 줄었다.
각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선 공급 잔액의 경우 전월 대비 3000억원 가량 감소한 KB국민(35조2814억→34조9016억원)을 제외한 시중은행 3곳 모두 전월 대비 공급 잔액이 늘어났다.
최근 공격적으로 기업 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우리은행이 전월 대비 약 4000억원 가량 잔액이 늘어나며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큰 전월 대비 증가폭(35조998억원→35조4976억)을 기록했다. 또 가장 큰 잔액을 기록한 곳은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한 40조원 대를 기록한 신한은행(43조6330억원)이었다. 기업대출 경쟁력 강화를 기반으로 최근 몇 년 새 리딩뱅크 반열에 오른 하나은행 역시 3월 말 기준 38조4882억원의 잔액을 보이며 전월 대비 3100억원 가량 규모를 키웠다.
시중은행 못지않게 눈길을 끈 곳은 바로 IBK기업은행이다. 중소기업 대상 금융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기업은행은 현재 기술신용대출을 공급하는 국내 17개 은행 중 두드러진 증가세를 유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지난 3월 말 기준 기업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05조6438억원으로 전체 공급잔액(308조9520억원) 가운데 약 34%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두 번째로 큰 비중을 기록하고 있는 신한은행의 점유율(14%)보다 두 배 이상 큰 압도적인 1위 기록이다.
하반기에는 예년 수준 회복 전망
일각에서는 여전히 공급규모를 포함한 기술신용대출 관련 지표의 성장세가 다소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부문에 영업력을 집중하는 상황에서, 역시나 기업대출의 일부인 ‘기술신용대출’의 증가세가 일반 기업대출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1분기 4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약 686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8%가량 늘어났다. 같은 기간 기술신용대출의 신규 공급액은 기업대출 증가율의 절반 수준인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기에 기술신용대출을 공급하는 국내 17개 은행 가운데, 약 40%에 해당하는 7개 은행은 지난 3월 기준 전월 대비 공급잔액이 감소했다. 특히 기술신용대출 공급 건수의 경우, 전체 17개 은행 중 전월 대비 늘어난 곳은 8개 은행에 불과했다.
다만,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기술신용대출 확대를 위한 지원 방안을 추진 중이고, 은행업계에서도 중소기업 마중물 공급에 적극적이라는 점은 향후 반등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지난 3월 기준 공급건수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약 11만건, 공급잔액과 평가액은 각각 20조, 10조원 가량 줄어들며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다만, 일련의 회복세가 지속할 경우 늦어도 하반기에는 기술신용대출 관련 주요 지표가 전년 수준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최근 대출금리 오름세가 뚜렷해지면서 상대적으로 평균 1%p(포인트) 가량 금리가 낮게 책정된 기술신용대출을 찾는 기업 차주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라며 “특히 기술신용금융 공급 규모에 따라 향후 정책금융 운용사 선정 등 주요 입찰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어 당분간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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