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은 일부 파기…“공익 목적‧악의적 공격 아냐”
“국정원이 언론에 정보 흘린 데 이인규 관여” 보도
대법 “시계의혹 유출자로 李 지목한 보도 정정하라”
1심 “국정원이 흘리는데 협력했단 의미 아냐” 패소
2심 “언론 유출에 관여했다는 증거 없어…명예훼손”
大法, 원심 수긍…단 3000만원 배상책임 부분 ‘파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른바 ‘논두렁 시계 수수 의혹’이 언론에 알려지는 과정에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관여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므로, 정정 보도를 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소위 ‘논두렁 시계’ 첫 보도가 나온 지 6년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이 전 부장이 노컷뉴스 운영사 CBSi와 소속 기자, 논설위원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단을 수긍한다고 9일 밝혔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원고(이 전 부장)가 국정원 간부로부터 시계 수수 의혹을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은 사실이 인정될 뿐”이라며 “피고(CBSi)가 보도사실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라고 판시했다.
노컷뉴스는 2018년 6월 ‘이인규 미국 주거지 확인됐다, 소환 불가피’라는 기사에서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의혹에 관한 사건 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에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관여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첫 보도 이틀 뒤에는 ‘이인규는 돌아와 진실을 밝혀야 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도덕적 타격을 주기 위한 국정원의 기획이었다며 사실을 시인했다’는 내용을 다뤘다.
이 전 부장은 자신과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의혹에 관한 사건 정보를 언론에 유출한 사실이 없다며 정정 보도와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보도를 허위로 볼 수 없고 명예훼손의 불법성도 인정할 수 없다며 이 전 부장이 제기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전부를 기각했다.
반면 2심은 보도와 논평 내용을 모두 허위로 인정해 48시간 동안 정정 보도문을 게재하라고 선고했다. 아울러 명예훼손이 맞으므로 CBSi와 기자가 3000만 원을, CBSi와 논설위원이 1000만 원을 이 전 부장에게 각각 지급하라고 명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 중 정정 보도를 명령한 부분은 타당하다며 CBSi 측 상고를 기각했다.
다만 손해배상은 기사 부분과 논평 부분을 나눠 다르게 판단했다. 우선 대법원은 논평과 관련한 손해배상 명령은 그대로 유지했다. 보도 내용이 허위라고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기사와 관련해서는 CBSi와 기자가 이 전 부장에게 손해를 배상할 필요는 없다며 이 부분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기사의 목적은 공직자의 직무수행에 대한 감시‧비판‧견제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므로 당시 피고들은 진실이라고 믿었을 수 있고 그러한 믿음에 상당한 이유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CBSi 측이 이 전 부장의 주장도 함께 보도했다며 “기사가 이 전 부장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것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봤다.
이 전 부장은 지난해 3월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 –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고 노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의혹은 ‘다툼 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