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11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상수지는 69억3000만달러(약 9조4664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흑자 규모도 2월(68억6000만달러)보다 늘었다.
이에 따라 1분기 경상수지는 168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1분기(-59억6000만달러)와 비교해 228억달러 큰 폭으로 증가했다.
3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80억9000만달러)가 작년 4월 이후 1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2월(66억1000만달러)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3월 11억8000만달러 적자에서 1년 사이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수출(582억7000만달러)은 1년 전보다 3.0%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이 34.5% 늘어난 영향이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역별로는 동남아(12.7%), 미국(11.6%) 등으로의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다만 화학공업제품(-11.4%), 철강제품(-9.4%), 승용차(-5.7%) 등은 감소세다.
수입(501억8000만달러)으로 1년 새 13.1% 줄었다. 특히 에너지 가격 하락 영향으로 가스 석탄 등 원자재 수입이 18.4% 감소했다.
3월 서비스 수지도 24억3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적자 규모도 1년 전(-19억7000만달러)이나 한 달 전(-17억7000만달러)보다 더 커졌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내국인 해외여행이 감소하면서 전월(13억6000만달러) 대비 적자 폭은 2억9000만달러 줄어 10억7000만달러로 소폭 개선됐다.
3월 금융계정은 110억 6000만달러 늘었다. 2월(68억5000만달러)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0년 10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외국 기업 국내 바이오 기업 인수, 내국인 해외 채권 순매수,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로 인한 외국인 주식 매수 증가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 국장은 “해외 직접투자가 늘고 수출 확대에 따라 외화를 많이 벌어들이면서 국내에서 해외 증권투자 자산이 증가했다”면서 “경상 수지 흑조 및 금융계정 순자산이 증가하는 기조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28억3000만달러 늘었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국내 바이오 기업 인수 등으로 16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채권을 중심으로 88억8000만달러 확대됐다. 반대로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채권 위주로 8억4000만달러 감소했다.
신 경제통계국장은 “4월 경상수지는 외국인 투자 배당 지급 집중되는 시기 및 상품수지 흑자 폭 축소 영향으로 균형 수준 정도로 전망한다”라면서 “반도체 정보통신기기 등 IT 품목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세지만 4월 원유 도입단가 상승으로 에너지 수입이 늘어 상품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신 경제통계국장은 △국제 유가·환율 변동성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양상 △미·중 간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을 4월 경상수지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