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미국 해병대가 고스트로보틱스의 4족 보행 로봇 ‘비전60’에 소총 탑재를 추진한다. 미 육군에 이어 해병대까지 잇따라 비전60을 활용해 로봇의 무기화를 꾀하며 ‘무장 로봇개’가 새로운 무기 체계 주축으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9일 미국 방산업체 ‘오닉스 인더스트리(이하 오닉스)’에 따르면 미 해병대 특수전사령부(MARSOC)는 오닉스의 인공지능(AI) 시스템 기반 소총을 탑재한 비전60 2대를 테스트하고 있다. 현재 경계 보안 작업 등을 수행 중이다.
MARSOC가 테스트하는 비전60은 센트리 원격 무기 시스템(RWS)인 센트리(SENTRY)를 기반으로 하는 7.62x39mm와 6.5x488mm(크리드무어) 구경의 소총을 장착했다. 센트리는 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이미징 시스템으로, 인간·드론·차량 등 표적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추적하도록 설계됐다. 인간이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며 조작 가능한 사격 통제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MARSOC는 소총을 장착한 비전60을 테스트 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실제 무기로 도입을 결정한 것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로봇 무기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에 따른 여론 악화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MARSOC 관계자는 “‘로봇 개’라고 불리는 무인지상차량(Q-UGV)은 지상 로봇 평가의 여러 기술 중 하나로 MARSOC에 의해 평가되고 있다”면서도 “기술에 대한 많은 잠재적 사용 사례 중 하나일 뿐이며, MARSOC는 자율 무기에 대한 국방부(DoD) 정책을 인지하고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의 무장 로봇개 도입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 육군도 작년 비전60에 시그 사우어의 XM7 소총을 장착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미 육군 전투력개발사령부(DEVCOM)은 소총을 탑재한 비전60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기술 시연 등을 진행했었다. <본보 2023년 9월 1일 참고 [단독] 고스트로보틱스 '로봇개' 비전60, 美 육군 결국 무기화 테스트>
문제는 로봇 무기화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비롯한 6개 로봇 회사는 지난 2022년 10월 전 세계 군대에 기술 무기화를 자제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기업들은 “로봇에 무기를 추가하는 것은 새로운 해로움의 위험과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로봇 무장화에 반대했다.
고스트로보틱스는 과거 4족 보행 로봇에 무기를 장착해 선보인 바 있다. 지난 2021년 ‘소드 인터내셔널(S.W.O.R.D International)’과 ‘미 육군협회 연례회의’에서 6.5mm 크리드무어 소총을 적용한 특수 목적 무인 소총(스퍼) 로봇견을 공개했었다.
모듈형 4족 보행 로봇인 비전60은 길이 95cm, 높이 68.5cm, 무게 51kg의 제품이다. 최대속도는 초속 3m, 최대 운용거리는 10km다. 알루미늄 합금 소재로 만들어지며 전방 색상감지 카메라, 후방 색상·깊이 감지 카메라, 배터리 등으로 구성된다. 최장 3시간 운용이 가능하다. 자갈밭이나 언덕, 계단과 같은 평탄하지 않은 지형에서도 움직임에 무리가 없고, 센서와 조명 등도 부착해 실외 활동에 강하다.
미 국방부가 로봇과 최신 기술을 활용한 무기 현대화·고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만큼 미군 무기 체계에서 비전60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 육·해·공군은 이미 멕시코 국경 등에서 경비·정찰 로봇으로 비전60을 활용 중이다. 올 3월 미 육군 미래사령부 주도로 캘리포니아 포트 어윈에 위치한 미 육군 국립 훈련 센터에서 열린 대규모 훈련 ‘프로젝트 컨버전스 캡스톤(Project Convergence Capstone) 4’에도 비전60이 투입됐다. <본보 2024년 3월 27일 참고 'LIG넥스원 인수' 고스트로보틱스 비전60, 美 국방부 훈련 모습 공개>
한편 고스트로보틱스는 2015년 펜실베니아대학(유펜) 출신 과학자 2명이 설립한 로봇·방산 업체다. 현재 LIG넥스원에 지분 60%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LIG넥스원과 한국투자PE가 각각 1877억원, 1260억원을 출자한다. 오는 6월 말까지 지분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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