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맥도날드, 웬디스, 파파이스, 피자헛, 치폴레 등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한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이 인기 메뉴인 햄버거, 피자, 부리토 등의 가격을 크게 올리자 미국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고 나섰다.
통상 ‘저렴한 한 끼’라고 여겨지던 패스트푸드 가격이 급등하면서 더 이상 저렴해지지 않자 일어난 일이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의 실적도 나빠지기 시작했고, 체인점들은 대응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미국의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이 식자재와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계속 가격을 올리자 소비자들은 이들이 탐욕에 빠져 필요 이상으로 제품 가격을 올리는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그런데 이제 ‘한계’를 느낀 소비자들이 행동으로 체인점들의 높은 가격 인상에 행동으로 맞서고 있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인 레비뉴매니지먼트솔루션이 내놓은 분석 결과 올해 1분기(1~3월) 미국의 패스트푸드 매장 이용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가 감소했다.
미국 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패스트푸드 가격은 2019년에 비해 33% 더 비싸졌다. 같은 기간 식료품 가격이 26% 올랐고,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19% 상승했다는 점에서 훨씬 더 빠른 가격 상승 속도다.
맥도날드 메뉴 가격은 2014년 이후 두 배로 올랐고, 같은 기간 파파이스의 가격은 86%, 타코벨 가격은 81%가 각각 상승한 것으로 시장분석업체인 파이낸스버즈는 분석했다. 스타벅스는 같은 기간 가격을 39% 올려 상대적으로 가격을 크게 올리지는 않았다.
가파른 가격 인상에 불만 속출…업체들은 실적 악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는 이처럼 올라간 패스트푸드 가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코네티컷주의 한 맥도날드 매장이 빅맥 가격을 17.59달러, 한화로 약 2만4000원에 판매하기로 하자 소셜미디어에서는 패스트푸드 가격 상승을 비난하는 글이 더욱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데니스 몬테나로라는 75세의 남성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최근 맥도날드에 베이컨과 에그 베이글과 커피를 주문하러 갔다가 가격이 9.67달러(약 1만3000원)가 나와 깜짝 놀랐다면서 ”패스트푸드를 이제 그만 먹어야겠다“고 말했다.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는 횟수를 줄이자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의 실적은 악화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1분기(1~3월) 동일 매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로 5% 증가하고, 미국 내 매출도 고가 메뉴 덕분에 2.5% 늘어나며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다른 업체들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스타벅스는 2분기(회계연도) 동일 매장 매출이 4% 감소했다고 밝혔고, KFC, 피자헛, 타코벨을 소유한 얌 브랜드는 1분기 전 세계 동일 매장 매출이 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호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에 패스트푸드를 사 먹는 것조차 기피하기 시작하면 이들 체인점들의 경영 실적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을 걸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시장조사회사인 IHL그룹의 제리 쉘돈 부사장은 “사람들이 레스토랑을 덜 찾으면 패스트푸드 매장을 찾는데, 패스트푸드 가격도 정말 비싸지기 시작하면 (집에서 직접 해 먹으려고) 식료품점으로 방향을 트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 대책 마련에 부심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점들도 이 같은 문제를 잘 알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맥도날드의 이안 보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투자자들에게 “소비자들이 가격 ‘피로감’을 느끼고 외식을 확실히 덜 자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거킹과 파파이스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레스토랑브랜드인터내셔널의 조슈아 콥자 최고경영자(CEO)도 분석가들에게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가격에 좀 더 민감해졌다”고 인정했다.
노동통계국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팬데믹 이전에는 미국 내 패스트프드 체인점 가격의 연평균 인상률이 3%가 채 되지 않았지만, 팬데믹 기간 중에 급격한 가격 인상이 이루어졌다.
일부 체인점들은 올해 가격 인상 폭을 최대한 낮게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며 떠나간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군터 플로쉬 웬디스 CFO는 “우리는 가격 책정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며 “올해에는 한 자릿수의 낮은 가격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너무 욕심을 부리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맥도날드의 보든 역시 올해 남은 기간 추가 가격 인상에 대해 “확실히 신중하고 사려 깊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는 더 많은 프로모션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가격 할인 행사를 자주 하거나 크기를 줄이고 가격을 낮춘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것이다.
도미노 피자 등은 수익률이 낮아지더라도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젊은이들이 더 크게 부담
한편 패스트푸드 등 식품 가격 인상은 특히 상대적으로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미국 젊은이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CNBC과 제너레이션 랩과 공동으로 최근 18세에서 34세 사이의 미국인 10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8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 중 절반이 넘는 54%가 식료품 가격 인상에 가장 큰 부담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이어 임대료(22%), 재량 지출(10%), 건강 관리비(6%), 유틸리티 비용(5%) 순이었다.
이에 대해 CNBC는 “지난 4년 동안 소비자 물가 지수 산정 시 포함되는 물품 가격이 21% 오른 반면 식료품 가격은 25%나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젊은 층이 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게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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