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기 관련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확정판결을 내렸다.
9일 오전 대법원 3부는 공용전자기록등손상, 방실침입, 감사원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급 공무원 A씨, 과장급 공무원 B씨, 서기관 C씨의 사건에 대해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확정한다”고 판시했다.
감사원은 2019년 10월부터 ‘전기 판매단가를 과도하게 낮추는 등 자료를 조작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을 과소평가했다’는 국회의 의혹 제기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이 사실을 인지한 국장급 공무원 A씨는 2019년 11월 과장급 공무원이었던 B씨와 당시 서기관이었던 C씨에게 월성 원전 1호기와 관련한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C씨는 그해 12월 오후 11시경 세종시 소재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과 사무실에 들어가 자신이 사용했던 컴퓨터에 남아 있던 내부 보고 자료와 청와대 보고 자료 등 총 530개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아 함께 기소됐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은 지난해 1월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B와 C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C씨가 사무실에 들어간 행위가 평온상태를 해치지 않았다고 봐 방실침입은 부분은 무죄로 봤으나, 피고인들의 행위 자체가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하고 공용전자기록을 손상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감사원은 피고인들의 자료 일부제출과 삭제로 인해 포렌식, 면담조사, 추가적인 자료 제출 요구 등을 거쳐야 했다”면서 “당초 예정한 감사기간을 상당 기간 지난 뒤에야 감사를 종료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가의 감사기능에 위험이 초래됐고 국민의 공직 수행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올해 1월 판단을 뒤집어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을 맡은 대전고법은 “C씨에게 문건을 삭제할 권한이 있었고, 적어도 묵시적으로나마 컴퓨터 사용 담당자로부터 삭제 승낙도 받았다”는 점을 짚었다.
C씨가 인수인계 과정에서 자신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다른 직원에게 물려주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B씨가 “후임자가 중간보고 자료를 최종 의사결정 자료로 오인할 수 있으니 중간보고 자료를 정리하라”는 취지로 지시해 이에 따랐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감사원은) 다른 곳에 저장되어 있는 이 사건 파일과 동일한 내용의 전자기록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C씨가 삭제한 파일과 동일한 내용의 문건을 확보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며 사실상 감사원의 허술한 업무 처리를 지적한 것이다. 이날 대법원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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