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으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시장에선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주가가 싼지, 비싼지를 따져보는 것보다 기업의 성장성을 분석하는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저PBR ‘묻지마베팅’ 위험…성장성 지표 확인해야
이혜정 한국투자증권 반포PB센터장은 지난달 25일 비즈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기업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지만, 이것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며 “중요한 건 기업의 성장성”이라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최근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각광받고 있는 저PBR 종목에 대해선 ‘묻지마 베팅’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매출액 증가율, 영업이익 증가율 등 성장성 지표를 통해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그는 “밸류업 테마가 정책적으로 뒷받침된다면 저PBR 투자는 유효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저PBR만 찾아서 투자하면 수익을 볼 때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반도체의 경우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에서 방향성이 틀리고 혁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삼성전자도 어려워질 수 있다”며 “투자포인트는 성장성을 뛰어넘는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달러강세 속 미국증시 랠리 지속…대형주 실적 중요
이혜정 센터장은 강달러 환경에서 미국 증시가 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센터장은 “유로존과 영국은 고물가에 경기부담을 느끼고 있어 통화완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이들 국가와 미국 간 금리차 확대가 선반영 되면서 달러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고금리를 견디지 못하는 국가가 존재하기 때문에 고환율(달러 강세)이 계속될 것”이라며 “따라서 국내보다는 미국 시장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금리에 대응하되 1분기 기업 실적발표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려면 시간과 데이터가 필요하고, 지금까지는 시장의 금리 전망이 계속 틀렸다”며 “당분간 매크로(거시경제) 변수에 적절히 대응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분기에는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2분기에는 웬만큼 핫한 뉴스가 없으면 주가가 많이 빠지는 게 특징”이라며 “엔비디아, 마이크론 등 대형주 실적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테마 이어져…하반기 주목 업종 ‘바이오·조선’
반도체 테마의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센터장은 “그동안 반도체는 감산 때문에 힘들었고 주가가 1년째 안올랐다”며 “그때가 저가매수 기회였고 올해 하반기에는 기술적 매매 구간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반기에 주목할 업종으로는 바이오와 조선을 꼽았다. 그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금리가 높을 때 투자를 받지 못했다”며 “때문에 금리가 떨어질 때 투자를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금리인하 시점에 주가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민감주 중에서는 조선주가 매출액이 증가하면서 영업익이 적자에서 흑자로 턴어라운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2차전지는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전기차 침투율이 감소하고 있고 보조비 삭감 얘기가 나온다. 2차전지 테마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부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테슬라는 예외”라며 “현재 주가가 굉장히 많이 빠져있는 상태인데 매출액과 이익률이 1분기 바닥을 찍고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 인기도 당분간 계속…중·단기채로 리밸런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기가 미뤄지면서 채권의 인기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작년과 다르게 만기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전략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센터장은 “작년에는 무조건 장기채만 추천했지만, 지금은 장기채로만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단기채, 중기채로 리밸런싱(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년 이하 단기채에 투자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BBB+’등급 이하 하이일드채권을 통해 공모주 투자 기회를 마련하라는 조언이다. 하이일드채권으로 이뤄진 펀드는 코스피 상장의 경우 5%, 코스닥 상장의 경우 1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아울러 미국채에 대해서는 “환율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환율이 주춤할 때 환전을 하고,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증권사 격전지 반포…한투PB센터 예탁자산 두배 늘어
한편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반포 원베일리 상가는 증권가의 총성없는 전장이다.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 유안타, KB, 삼성증권의 PB센터가 입점해있으며 수십 억원에서 많게는 수백 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고액자산가들을 타깃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혜정 센터장도 잠실 지점에서 5년간 팀장으로 근무하다가 2022년 반포PB센터로 발령받았다. 초창기 1조원을 밑돌던 예탁 자산은 2배가량 늘면서 1조원을 훌쩍 넘겼다.
이 센터장은 “여의도가 가깝고 법조단지도 근처에 있어 벤처사업가, 전문직, 고위직 공무원의 입주비율이 높은 곳”이라며 “20년 동안 영업점에 있으면서 이곳처럼 20~80대까지 자산가 연령대가 고르게 분포하고 있는 지역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투증권 반포PB센터는 매주 월요일, 목요일마다 팀을 나눠 경쟁 프레젠테이션(PT)를 진행한다. 각 팀에서 금융투자상품부터 절세 솔루션까지 담은 포트폴리오 제안서를 내놓고 서로 피드백을 하는 방식이다. 고객들에게 월 단위로 다양한 주제로 세미나도 진행한다. 연초에는 비트코인을 주제로 진행했고, 5월엔 미국 부동산 종합 플랫폼 코리니 대표를 초빙해 부동산 관련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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