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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000660)가 중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자회사의 지분 절반가량을 중국 우시 지방정부의 투자회사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지분 양도 협의를 시작한다고 밝힌 뒤 한 달 만이다.
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8인치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하이닉스 시스템IC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우시산업발전집단에 현지 파운드리 생산 법인(SK하이닉스 시스템IC 우시)의 지분 21.33%와 공정 기술 등 무형자산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금액은 각각 2054억 원, 1209억 원이다.
우시산업발전집단은 이어 SK하이닉스 시스템IC가 진행하는 2억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 지분 28.6%를 추가로 매입해 49.9%까지 지분을 늘릴 계획이다. 우시산업발전집단은 SK하이닉스와 현지 파운드리 합작사를 함께 세운 우시 지방정부의 투자회사다. 증자와 지분 양도가 모두 완료되면 SK하이닉스 시스템IC가 보유한 생산 법인 지분은 51%로 바뀐다.
앞서 SK하이닉스 시스템IC는 지난달 “생산 법인 지분 일부를 양도하는 계약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18년 조인트벤처 설립 당시 약속된 지분 양도절차라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시스템IC 경영진은 7일 이번 매각과 관련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향후 사업 계획을 설명했다. 이 간담회에서는 악화된 경영 환경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지분 매각을 통해 부채를 줄여 채무 건전성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위해 2018년부터 청주에 있는 장비를 이설하며 사업을 진행해왔다. 반도체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제조 장비 등 유·무형 자산을 현물 투자해 운영을 맡고 우시산업발전집단이 용수와 전기 등 인프라를 제공하는 구조였으나 이번 매각을 계기로 사업구조가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갈등 상황 속에서 생산 법인에 대한 지분율 51%로 운영권은 확보하되 지방정부와 손잡고 적극적으로 현지화 전략을 도입하는 식이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은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경쟁사보다 저렴한 서비스 가격을 책정하며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심지어 비용 문제로 8인치 레거시 공정을 선택했던 고객사에 할인 혜택을 줘 12인치 공정으로 유도하는 중국 업체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범용 파운드리 가격이 올해 1분기까지 8분기 연속 하락하는 등 업황 불안정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기술 추격을 위해 손해를 감수한 셈이다. 중국의 대표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지난해 전반적인 파운드리 수요가 둔화하는 상황에서도 전체 생산능력을 12% 이상 끌어올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디스플레이나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는 데 활용했던 저가 전략을 범용 반도체 산업에서 대대적으로 쓰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의 경우 가격만으로는 경쟁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시스템IC로서는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통해 중국 파운드리 업체에 각을 세우고 고객사를 늘려나가는 전략 시행이 시급하다. 반도체 업황이 최악에 다다른 지난해 SK하이닉스 시스템IC의 가동률은 50% 이하로 매우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기 국내 동종 기업들(DB하이텍·키파운드리)의 가동률은 70% 전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낮은 수치다. 지난해 10월 무급 휴직 희망 신청을 받고 임직원들에게 DB하이텍 등 동종 업계 기업으로의 이직 길을 자진해서 열어주는 등 업황 악화에 따른 인력 감축 시도도 이어지는 실정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SK하이닉스가 범용 파운드리 사업 재편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건 반도체 산업에서 레거시 제품이 가진 중요성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범용 제품의 비중은 70% 이상을 차지한다. 수요처도 자동차·가전제품·무기 등 상당히 넓다. 국내 업체 중 가장 큰 파운드리 사업 규모를 가진 삼성전자조차 극자외선(EUV)을 활용하지 않는 범용 공정에서 70%의 매출을 얻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 최첨단 공정 경쟁의 뒤를 받쳐줄 안정적인 수입원이라는 뜻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은 조인트벤처 계약에 따른 수순으로 사업 축소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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