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보다 낮은 코스피 PBR…배당·자사주 소각 소극적
단기수익 추구에 경쟁력 하락…자발적 가치제고 힘써야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기업들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의지는 여전히 부족한 현실이다. 이같은 관행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결산 재무제표를 반영한 코스피200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배로 집계됐다. 23개 선진국 평균 PBR(3.2배)에 크게 못 미칠뿐만 아니라 24개 신흥국 평균 PBR(1.7배)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그만큼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국내 증시의 만성적인 저평가 배경에는 인색한 주주환원도 한 몫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배당 성향은 20.1%로 미국(40.5%) 영국(45.7%) 독일(40.8%) 프랑스(39.3%) 일본(36.5%)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고 대만(52.5%)·중국(35.0%)보다도 떨어진다.
보통 배당에 대한 기대가 높으면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아도 투자자들은 배당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신뢰감을 얻는다. 즉, 안정적으로 장기투자에 나설 확률이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짠물 배당’으로 수익을 내기 힘든 투자자들이 단기 시세차익에 몰두하면서 단기 투자 위주로 흘러간다는 것이 큰 문제다. 이는 주주환원과 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홀대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배당과 함께 대표적 주주환원책인 자사주 매입·소각에도 기업들은 소극적이다. 최근 주주제안이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소각 쪽으로 이뤄지고 있고 정부도 이러한 요청을 강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한국ESG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 이전까지 자사주 소각을 한 기업은 총 66개사로 전년(27곳)보다는 늘어났지만 이는 전체 기업 중 9.8%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규모다. 지배구조 개선과 높은 상속세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환경에서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설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선 대주주들이 승계를 위해 낮은 주가를 선호,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적극적 주주환원을 꺼려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자사주가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도 고질적인 문제다. 자사주를 매입하더라도 소각에는 신중한 기업들이 많은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밸류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는 상장사들의 자율성 존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업이 각자 여력에 맞춰 평가받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하겠다는 의도지만 정부가 권고하는 것만으로 기업들의 관행이 바뀌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자발적인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이 밸류업 성공의 관건으로 떠오른 만큼 이를 이끌어내려면 상속세를 현실적으로 낮추면서 지배주주의 경영권 남용은 막는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
또 지배구조를 견제할 수 있는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와 이사회 기능 강화, 자사주의 취득·보유·처분 등 시장에 투명한 정보가 공개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닌, 코리아 프리미엄으로의 진정한 밸류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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