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사태를 둘러싸고 민감하게 반응하던 한국과 달리 비교적 잠잠하던 일본 매체들이 최근 잇따라 관련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7일 네이버와 자본 관계 등을 재검토하라는 총무성 행정지도에 대해 “안전 관리 강화와 보안 거버넌스(관리 구조) 재검토를 요구한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달 들어 일본 공영방송 NHK를 비롯한 현지 매체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우려 표명을 중심으로 라인야후 문제를 보도하고 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사태의 경위와 전망을 상세히 정리한 기사를 보도했고, 6일에는 일본 정부가 ‘이례적’으로 두 차례 행정지도를 내린 배경을 전하는 기사를 실었다.
앞서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약 9700만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 라인 서비스에서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된 사안과 관련해 라인야후에 대해 행정지도에 나섰다. 두 차례에 걸친 행정지도에서 반복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네이버에 대한 강한 의존도’였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대주주인 A홀딩스 주식을 50%씩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일본 정부가 나서서 라인야후에 대해 소프트뱅크의 자본 관여를 높이도록 요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 매체 보도를 통해 소프트뱅크가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 주식을 일부 매입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는 지난 4일 그간의 경위를 표로 정리하면서 “라인 앱은 네이버의 일본법인이 2011년 개발한 것”이라며 “현재는 약 96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절차 및 결제 등에도 사용되는 ‘중요한 사회 인프라’가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 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은 경제 안보상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소프트뱅크가 라인에 대한 자본 관여도를 높이면 네이버에 대한 의존관계 해소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보도했다.
단 닛케이는 관계자 말을 인용해 소프트뱅크가 네이버 측과 물밑에서 교섭을 하고 있지만 양측 입장 차는 여전히 심하다고 전했다. 네이버는 특히 총무성 주도의 자본 구성 재검토 요구에 강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도에서는 또한 네이버가 라인야후를 전략 회사로 중시하고 있는 만큼 “라인야후에 대한 영향력 유지를 위해 총무성이 원하는 ‘탈(脱) 네이버’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짚기도 했다.
6일에는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 대해 두 차례 행정지도를 실시한 배경에는 라인야후가 대책 마련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닛케이는 총무성이 3월 5일 1차 행정지도를 시행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인 4월 16일에 다시 행정지도를 내린 것은 라인야후가 4월 1일 제출한 보고서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라인야후가 제출한 보고서에는 ‘2026년 12월까지 시스템을 분리’하고, 지분 관계에 대해서도 ‘관계 각 사에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청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보고서에 “구체적인 범위 및 시기가 거의 적혀 있지 않았다”는 총무성 관계자의 발언을 전하면서 “라인야후가 두꺼운 서류를 제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총무성도 1차 행정지도 후 1개월밖에 시간이 없었던 점을 감안해 “라인야후가 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은 봄”이라고 전망하면서 “7월 보고서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인야후가 제출한 보고서는 예상을 밑도는 수준의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 정치권 내부에서도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차 행정지도 이틀 후 열린 ‘자민당 경제안전보장추진본부’ 회의에서 아마리 아키라 본부장은 “플랫폼 사업자는 민간 기업이면서 동시에 공공재”라면서 “발본적인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라인야후를 압박하는 발언을 했다.
다만 일본 정부는 7일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기자회견에서 총무성 행정지도는 “안전 관리 강화와 보안 거버넌스 재검토 등 조치를 요구한 것”이라며 더 이상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해 외국 기업의 일본에 대한 투자 촉진이라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한국 정부에 정중히 설명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실제 자본 관계 재검토가 현실화하면 한·일 양국에 몰아닥칠 여파가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가 내린 행정지도가 라인 지분 매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실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야시 장관도 이날 “보안 거버넌스 재검토에는 여러 방책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 [ASIA Biz] 엔비디아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베트남을 찾는 이유는?
- [광화문뷰] 정책 원동력, 소통에서 찾아야
- [아주초대석] “삼성SDS, ERP 사업 30년 노하우…클라우드 서비스 강화로 국내 1위 지킨다”
- ‘더블수익’ 노리고 미국채 사들인 일학개미… 엔화 약세·연준 금리 인하 지연에 ‘골머리’
- 외국인, 4월에만 2조 6000억 순매수… 6개월째 ‘바이 코리아’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