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인 관련자 범위, 친족 범위 축소하고 사외이사 일률적 제외해야”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지배구조 규제 개선을 위해 동일인 관련자 제도 개선, 동일인의 대기업 집단 지정 자료 제출 의무 폐지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일인 지정제도는 기업집단의 총수(동일인)를 정부가 지정하는 제도로, 정부는 동일인을 중심으로 일정 관계에 있는 ‘동일인 관련자’를 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대기업집단을 지정한다.
총수 개인이 아닌 ‘핵심기업’ 중심으로 기업집단 지정해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기업의 지배구조 자율성 확보를 위한 공정거래법상 대규모기업집단규제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9일 이 같이 주장했다.
공정거래법의 기업집단 정의 방식은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동일인’으로부터 시작해 범위를 획일적으로 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동일인이 단독 또는 동일인 관련자(배우자, 4촌 이내 혈족 및 3촌 이내 인척, 기타 친족 등)와 합해 해당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소유하고 최다출자자인 경우, 그 회사를 기업집단에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보고서는 현행 대규모기업집단 규제는 과거 창업주 개인이 순환출자형 또는 피라미드형 기업집단 형태로 운영하며 경영권을 승계했던 폐해를 억제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기 때문에, ESG 공시 도입 등으로 기업의 자율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강조되는 최근 경향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순환출자란 한 그룹 내 회사(A,B,C) 간 순환적(A→B→C→A)으로 출자하는 형태를 말한다. 집단별 순환출자 고리 현황은 2009년 4월 43만8039개에서 2024년 현재는 없다.
피라미드형 기업집단은 연쇄 소유구조를 통해 최상위 지배주주로 하여금 하층부에 있는 기업을 간접적으로 지배하도록 하는 구조다. 예컨대, 지배주주 X가 기업 A를 50% 소유하고 기업 A가 기업 B를 50% 소유할 경우 X는 B를 실효적으로 지배한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보고서는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제도는 폐지하고, ‘핵심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집단을 지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질적인 지주회사 구조를 가지고 있을 경우, 최상위 회사 등 ‘핵심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집단의 범위를 충분히 획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일인 관련자 중 친족 범위 축소, 사외이사 지배회사 일괄 제외 필요
보고서는 시행령 개정에도 불구하고 ‘동일인관련자 중 친족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것’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2022년 12월 시행령 개정으로 동일인 친족 범위가 ‘혈족 6촌·인척 4촌’에서 ‘혈족 4촌·인척 3촌’으로 축소됐다.
동일인관련자에 친족을 포함하는 것은 동일인이 그 친족들에게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최근 가족을 포함한 친족 간 유대 정도가 약해지고 있으므로 시대 변화에 맞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친족의 범위를 동일인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동일인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 및 동거친족’에 한정할 것을 제안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외이사가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회사는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회사가 소속된 기업집단 계열사에서 원칙적으로 제외된다. 다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사외이사가 경영하는 회사도 기업집단에 편입되는데, 이 때 기업에게 요건 충족 여부를 모두 확인하도록 해 실무적 부담이 가중된다.
이러한 규제로 인해 기업은 동종 또는 유사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사외이사가 지배하는 회사는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회사가 소속된 기업집단에서 조건 없이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동일인 자료 제출 의무 줄이고, 단순 누락에 대한 형사처벌 개선해야
공정위가 동일인에게 기업집단 자료 제출의무를 부과하는 관행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동일인이 수많은 계열회사의 지정자료의 정합성을 검증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핵심기업’에게 지정자료 제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절차적 의무 위반에 불과한 지정자료 제출 의무 위반에 대해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것 역시,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맞지 않기 때문에 제재의 형태를 과태료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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