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아트 대표이사ㆍ백남준포럼 대표
야수파 등 근대미술사조 이끈 성지
시대 앞서가는 담론과 비전 쏟아내
29개 국가관 운영…관광객만 50만
외국인 혐오·이방인 소외감 파헤쳐
한국관 특별전…국내작품들 선보여
현대 미술계를 이끄는 영향력 있는 행사 중 하나인 이탈리아의 베니스 비엔날레(Biennale di Venezia)가 4월 20일 막을 올렸다. 이 예술행사는 1895년 이래로 2년마다 미술전을 치르고 있는데 세계적인 규모와 함께 오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한다. 미국의 휘트니 비엔날레(Whitney Biennale), 브라질의 상파울루 비엔날레(Sao Paulo Art Biennale)와 더불어 세계 3대 비엔날레 중 하나로 손꼽힌다.
올해 60회를 맞는 이번 비엔날레에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관 30주년 특별전 및 유영국 회고전과 구정아 개인전은 물론 김윤신, 이강승 작가의 참여와 광주 비엔날레 특별전까지 다수의 국내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예술 통한 지역경제 파급효과 커
매년 50만여 명의 관광객 방문으로 행사기간 중 항공, 대중교통 및 숙박과 음식 등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제법 크다. 예술을 통한 도시 경제 활성화의 정수인 셈이다. 베니스 도시는 물론 이탈리아 국가 전체 경제 활성화까지도 기여하는 바가 큰 이 국제미술전은 베니스 남동쪽 10만평 부지에 달하는 자르디니 디 카스텔로 공원(Giardini di Catello)과 아르세날레(Arsenale di Venezia) 복합단지전시장 일대에서 11월 24일까지 7개월간 열린다.
자르디니 디 카스텔로 공원에서는 중앙전시관으로 일컫는 본 전시관과 독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스페인, 체코, 헝가리 등 총 29개의 국가관을 운영하고 있다.
본 전시에 참여한 잘 알려진 작가로는 프리다칼로(Frida Kahlo),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를 비롯 파시타 아바드(Pacita Abad), 카르멘 헤레라(Carmen Herrera), 타르실라 두아마라우(Tarsila Amaral) 등이 있다. 또한 독일의 표현주의, 프랑스 야수파와 후기인상파는 물론이고 팝아트와 개념미술 등 다양한 근대미술의 사조가 이곳에서 선보였다.
올해의 주제는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Stranieri Ovunque-Foreigners Everywhere)로, 예술가 듀오인 클레어 폰테인(Claire Fontaine)의 네온 작품의 문구를 그대로 차용하였다. 이 문구는 인종차별 및 외국인 혐오에 반대하는 단체인 ‘스트라니에리 오분케(Strainieri Ovunque)’가 2000년대 초에 대중에게 나눠준 전단 문구를 해당 듀오 작가가 작품화한 것이다.
작가 설명에 의하면 오늘날 우리는 어디를 가든 외국인을 곳곳에서 쉽게 만날 뿐 아니라, 우리 모두 마음속 깊이 이방인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갖는 작품인데, 이들은 이 문구를 세계 각국 언어와 다양한 네온 색으로 표현하며 다양한 전시에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비엔날레를 찾은 관람객들은 이번 주제와 작품을 통해서 오늘날 외국인 혐오가 평배한 사회 현상과 개인이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소외감을 다시 한번 돌이켜보게 한다는 호평이다.
이번 해에는 남미 출신인 아드리아노 페드로사(Adriano Pedrosa)가 예술감독을 맡았는데, 이번 미술 행사 주제를 외국인, 이민자, 실향민, 망명자, 난민 예술가들의 작업에 초점을 맞춰서 기획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성 정체성으로 박해받고 소외되고 있는 퀴어예술가, 자영업예술가, 민속예술가와 같은 미술계의 비주류 혹은 모국에서조차 이방인으로 취급받는 토착예술가들도 조명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참여한 작가들은 팀을 포함하여 총 332명으로 예년의 119명에 비해서 큰 폭으로 늘었다.
백남준, 황금사자상 받아 ‘화제’
이탈리아어로 ‘2년마다’를 뜻하는 비엔날레는 2년마다 짝수 년에 미술전, 홀수 년에 건축전과 번갈아 가면서 개최된다. 1930년부터는 국가 주최로 개최하면서 축제 예산까지 확보되어 음악, 무용은 물론 영화와 연극까지 아우르면서 국가 대항전 성격을 띠는 국가관 전시를 열고 있다.
아울러 최고예술가, 국가관, 평생공로 부문으로 나누어 황금사자상을 시상하고 있다. 시상은 회화 1명, 조각 1명 그리고 국가관에 수여하는 3개의 황금사자상과 35세 미만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상이 있다. 그 밖에 특별상을 4명의 작가에게 수여한다.
한국은 하동철과 고영훈이 1986년에 처음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했는데 이때엔 한국작가들을 위한 전시장도 없어서 이탈리아관의 작은 공간을 빌려서 작품을 선보였다. 그 다음 회차인 1988년에는 박서보와 김관수가 출품하였고, 1993년에는 백남준이 독일관에 작품을 출품하여 황금사자장을 받았다. 특히 백남준은 이때 우리나라 정부와 베니스 비엔날레 측에 적극 어필해서 한국관 건립에 큰 기여를 했다. 그 이후 1995년 한국관이 개관하였고, 그 첫해에 전수천이 특별상을 수상했다. 1997년 강익중과 1999년 이불 등이 연속해서 특별상을 수상하였다. 2015년 제56회 국제미술전에서 임흥순의 작품 ‘위로공단’이 본 전시 은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광주비엔날레 국제위상 도약 기대
이번에 참여한 한국 미술가는 유명세를 치르는 유영국과 구정아 외에도 김윤신, 이강승, 이쾌대, 장우성 등이 있다. 김윤신은 한국 1세대 여성조각가로 아르헨티나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면서 두 땅에서 영원한 이방인을 자처하고 있는데 본 전시에 초청받았다.
국가를 초월한 퀴어 역사에 얽힌 인물과 사건 등 성 소수자 이야기를 예술로 표현해온 이강승 작가는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자르디니와 아르세날레 두 곳에서 작품을 소개한다. 7.6m에 달하는 대형 바닥 설치 작업과 양피지 작업 6점을 전시했다. 또한 작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에 선정되었을 때 공개한 영상설치 작업도 아르세날레에서 소개하고 있다.
월북미술과 친일 논란이 있는 이쾌대(1913~1965)와 장우성(1912~2005) 작가 역시 이방인으로서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제3세계를 포함한 비서구권 화가 100여 명이 그린 초상화 섹션에 각각 한 점씩 걸렸다.
대규모 국제전으로 시대를 앞서가는 담론과 비전을 양산해내는 비엔날레가 국내에서는 간혹 관광용 지역 축제로 전문성이 결여된 채 가벼운 이벤트성 행사로 여겨지는 듯해 아쉬움이 크다. 창설 30주년 15회째를 맞이하는 광주비엔날레가 오는 9월 7일부터 약 3개월간 광주에서 개최된다. 지방에서 개최되는 국제적 문화행사의 좋은 본보기인 광주비엔날레가 이 시대 미술을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베니스와 같은 국제적 비엔날레의 위상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해본다.
이상아트 대표이사·백남준포럼 대표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