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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성에 기업고객 27만곳 확보…전자계약시장 장악 [스케일업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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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성에 기업고객 27만곳 확보…전자계약시장 장악 [스케일업 리포트]
이영준 모두싸인 대표. 오승현 기자

삼성전자는 전자제품 ‘무풍 에어컨’을 매일 약 3300대, 매년 120만 대 가량 판매한다. 소비자가 직접 집에 설치하기 어려운 에어컨 특성상 1대를 판매할 때마다 고객과 시공 계약을 맺고 설치 기사를 보낸다. 에어컨 보증 기간이 길게는 10년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회사가 상시 보관·관리해야 하는 계약서의 숫자는 단순 계산으로도 1000만 개를 웃돈다. 서면이나 자체 디지털 시스템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숫자다. 삼성전자는 이런 계약서 체결·보관·관리 문제를 모두싸인의 솔루션을 활용해 해결하고 있다.

2015년 설립된 모두싸인은 계약서 작성·검토·보관·이행·관리를 모두 디지털 상에서 진행할 수 있게 돕는 전자계약 전문기업이다. 삼성전자 에어컨의 경우 판매 담당자가 모두싸인 링크를 보내면 소비자가 간단한 인증 과정을 거친 후 쌍방이 에어컨 시공 계약서에 서명해 법적 효력을 갖는 전자문서를 생성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자 계약서는 암호화한 뒤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에 보관된다. 데이터센터 여러 곳에 정보를 분산 저장하고 백업도 수시로 하다 보니 전자계약 솔루션 사업을 영위한 약 10년의 기간 동안 보안 이슈가 발생하지 않았다.

시장 내 전자계약 수요가 커지고 모두싸인 솔루션에 대한 신뢰도 또한 높게 유지되면서 이용자 수는 급증 추세다. 올 4월 초 기준 모두싸인이 확보한 누적 기업 고객은 27만여 곳으로 2021년(15만 곳)과 비교해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일반 이용자 수는 230만 명에서 690만 명으로 증가했다. 대기업이 활용하는 경우도 많아 CU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기간제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을 때 모두싸인을 사용하고 롯데글로벌로지스도 모두싸인 솔루션으로 내부 택배 계약 시스템을 운영한다. 카카오는 약 50곳의 계열사에서 전사적으로 모두싸인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BM 핵심 ‘편리함’에 집중

거대 통신사와 정보기술(IT) 대기업 등 쟁쟁한 경쟁자가 있는 전자계약 시장에서 모두싸인이 약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솔루션 편리성이 꼽힌다. 1990년대 말 인터넷이 상용화되고 이후 다양한 보안 솔루션이 생기면서 전자계약 시장을 형성하려 한 시도는 많았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사용자 인증 과정을 지나치게 어렵게 만든 것이 이유였다. 이영준 모두싸인 대표는 “당시 대부분 서비스는 공동인증서를 구비하고 이외 복잡한 인증 과정을 거쳐야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며 “종이 계약보다 디지털 계약이 오히려 어렵다보니 초기 시장 진입자들이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모두싸인은 공동인증서 등 복잡한 서류 대신 핸드폰 인증 만으로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해 솔루션 편리성을 높였다. 최근에는 핸드폰 본인 인증 없이도 이메일 등 기타 인증 수단을 활용해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어 사용자 경험(UX)이 더욱 개선됐다. 종이로 계약을 맺고 보관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하는 서비스가 서서히 입소문을 타면서 모두싸인은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초기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여 이들이 다른 사업 파트너와 전자 계약을 체결하고, 이렇게 입소문을 타 솔루션이 확장하게 만드는 것이 성장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계약서의 법적 효력이나 보안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이 대표는 모두싸인이 둘 모두를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민법에서는 별도의 계약 형식을 요구하지 않고 당사자 간의 합의만으로 계약의 성립을 인정하는 ‘낙성 불요식’ 계약 원칙을 따르고 있다”며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 쌍방이 합의하는 과정에서 각종 기록이 남기 때문에 전자계약 때 거치는 인증은 보조적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지난 10년 동안 보안 사고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며 “오랜 기간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시장 내에서 쌓은 신뢰를 기반으로 사업이 최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I 활용해 사업 고도화

모두싸인은 계약을 체결하고 보관, 관리하는 영역을 넘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솔루션을 확장, 고도화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우선 복잡한 계약서 내용을 쉽게 요약·정리할 수 있는 AI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계약을 체결하는 것 만큼 이행하는 것도 중요한 만큼 고객이 모두싸인을 통해 맺은 계약을 지키는 것을 돕겠다는 것이다. 계약 데이터 기반 사업도 구상 중이다. 이 대표는 “고객 동의를 받아 일부 데이터를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보안과 신뢰가 중요한 계약 사업 특성상 고객 보안, 신뢰를 지키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데이터 사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아직까지 도장 문화가 남아 있는 일본이나 국내 기업이 다수 진출해 있는 베트남이 1차 진출 대상이다. 일본의 경우 현지 리걸테크(법률 기술) 기업인 벤고시닷컴이 전자계약 시장에도 진출해 점유율 과반 이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 계약 과정 상당 부분을 디지털로 전환하지 않은 기업이 많다. 이 대표는 “강력한 현지 경쟁자가 있지만 국내에서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로 일본 시장에서 공략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베트남에서는 기존 한국 고객들과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싸인의 최종 목표는 전자계약 시장을 넘어 계약 자체의 표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전자계약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대다수 기업이나 개인은 종이 계약을 맺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전자계약 시장의 파이를 더 키우고 이용자 풀을 더 넓혀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B2B(기업 대 기업)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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