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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담배회사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그룹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국내에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합성 니코틴 액상 전자담배는 담배사업법 등 관련 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각종 세금과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는 데다 온라인이나 비대면 판매도 가능해 청소년들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담배 업계에 따르면 BAT그룹의 한국 법인 BAT로스만스는 연내 합성 니코틴이 포함된 액상 전자담배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BAT 관계자는 “한국의 특수한 법 규정 덕분에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출시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할 것”이라며 “세금과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는 만큼 이를 소비자 혜택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화학물질로 제조되는 합성 니코틴은 담뱃잎과 줄기·뿌리에서 추출하는 천연 니코틴과 달리 현행법상 ‘담배’에 해당하지 않아 관련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담배소비세·개별소비세·부가가치세·지방교육세 등 각종 세금과 국민건강증진부담금도 부과되지 않는다. 성인 인증만 거치면 온라인이나 비대면 판매도 가능하다. 경고 그림이나 유해 성분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2025년 11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담배 유해성 관리법’도 적용 대상이 아니다. 매년 전자담배 시장이 확대되는 것을 고려하면 연간 1조 원 이상 세수 결손이 발생하는 셈이다.
BAT가 대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합성 니코틴 담배를 출시하려는 것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줄어드는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한 타개책으로 풀이된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KT&G와 필립모리스가 선두권 경쟁을 하며 점유율을 늘리는 동안 BAT는 10% 안팎의 점유율에 그치며 고전하고 있다. BAT가 지난해 미국 액상형 전자담배(베이퍼) 시장 1위 뷰즈를 국내에 4년 만에 출시하며 반전을 꾀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BAT의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 출시 계획이 알려지며 담배사업법 개정의 필요성이 재차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은 제도권 밖에 있다 보니 영세한 제조사들이나 해외에서 검증되지 않은 사업자들이 주를 이뤘다. 일부 사업자는 법의 규제를 피하는 점을 악용해 천연 니코틴을 수입하면서 합성 니코틴으로 허위 신고해 탈세를 시도하거나 우편과 e커머스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담배를 판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담배에 포함하는 안을 검토 중이지만 수년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올 2월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다시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상정됐으나 유해성 평가가 미흡하다며 통과되지 못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달 중 합성 니코틴 담배의 유해성과 관련해 연구용역에 착수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배로 포함되지 않는 것과 관련해 문제점과 부작용 등을 잘 알고 있다”며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법 개정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BAT 관계자는 “합성 니코틴에 대한 담배 규제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의 각종 담배 규제 정책을 자발적으로 준수할 계획”이라며 “일반 담배와 동일한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는 데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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