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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녹원 딥엑스 대표 “록밴드 퀸 좇다 공학도 길로…AI 매력에 빠져 창업했죠”[CEO&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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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녹원 딥엑스 대표 '록밴드 퀸 좇다 공학도 길로…AI 매력에 빠져 창업했죠'[CEO&STORY].
김녹원 딥엑스 대표가 3일 경기 성남시 딥엑스 본사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 앞서 자사 반도체가 시연되는 화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메모리반도체 강국인 한국에서 시스템반도체 회사를 창업하는 것은 큰 도전이다. 괜찮은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를 졸업하면 누구나 부러워 할 굴지의 반도체 회사에 입사할 수 있는 보장된 길을 뿌리쳐야 하기 때문이다. 김녹원(사진) 딥엑스 대표는 쉬운 길 대신 도전을 선택했다. 2018년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하는 시스템반도체 설계 기업을 직접 차렸다.

그가 창업을 결심한 것은 학부 졸업을 앞두고 있던 때였다. 여느 대학생들처럼 진로에 확신이 서지 않을 시기이기도 했다. 외부 교수들이 강연하는 행사에 참석한 김 대표는 강연의 한 대목에 자극을 받았다. “메모리반도체는 이미 우리나라가 1위를 하고 있는 영역이지만 시장 자체는 시스템반도체가 더 큽니다. 여러분들은 메모리반도체를 하지 말고 시스템반도체로 나아가 우리나라가 부강한 나라가 되는 데 일조하십시오.” 낯설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김 대표의 도전 의식을 깨웠다. 그 길로 시스템반도체의 길을 걷기로 마음을 굳혔다.

김 대표는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음악 밴드에 심취해 한때 기타리스트를 꿈꾸기도 했다. 인생은 우연의 연속일까. 음악과 기타는 그가 반도체 업계에 발을 딛게 해준 연결 고리가 됐다. 이달 3일 경기 성남시 딥엑스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반도체 산업에 뛰어든 계기는 안 어울리지만 음악과 기타 때문이었다”고 웃으며 전했다.

그는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퀸을 좋아했다. 퀸의 멤버 브라이언 메이가 자신의 기타를 집 뒤뜰에 있는 장미나무를 꺾어 만들었다는 이야기에 매료됐다. ‘나는 어떤 스토리를 가진 뮤지션이 되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앰프를 직접 만드는 기타리스트’를 가슴에 품었다. 앰프 역시 집적회로로 된 만큼 전자공학과에 진학하게 된 것이다.

막상 전자공학과에 가니 기타와 앰프는 빠른 속도로 잊혀졌다. 반도체의 매력이 음악에 대한 열정을 압도하면서다. 학부 2학년 말 ‘마이크로컨트롤러 응용’이라는 수업 시간이었다. 당시 첫 실습 중의 강렬한 15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김 대표는 “당시 모터를 3도 오차 사이로 12바퀴를 돌렸다가 정지시키고 다시 뒤로 12바퀴를 돌렸다가 멈추게 하는 그런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구동하는 실습을 진행했다”며 “그 실습을 하면서 비로소 자동차·냉장고·TV 등 이 세상의 모든 전자기기가 지능을 갖고 정밀하게 움직이는 것을 몸소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내가 짠 코드대로 한 치의 오차 없이 돌아가는 그 모터를 한 15분 동안 넋을 놓고 보면서 ‘내가 지금 전자 기타를 칠 때가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며 “지금도 기타와 음악을 좋아한다. 엔지니어 때만 해도 가끔 앰프 예열도 시켜보곤 했지만 창업한 후로는 아무 것도 못해 장비들이 다 망가졌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 '록밴드 퀸 좇다 공학도 길로…AI 매력에 빠져 창업했죠'[CEO&STORY].
김녹원 딥엑스 대표가 이달 3일 경기 성남시 딥엑스 본사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그렇게 반도체의 길을 걷기로 결정한 뒤 미국으로 떠난 김 대표는 대학과 유수의 글로벌 기업 등을 거치며 수많은 인재들과 조직 문화를 겪어왔다. 그는 이때를 돌이켜 보면 학문과 기술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로 다잡았던 중요한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시험이 끝났는데도 룸메이트는 다음날부터 며칠씩이나 침대에 엎드려 아침 7시부터 못 푼 시험문제를 들여다 보더라”며 “장난식으로 ‘너 때문에 마음 편하게 쉴 수가 없다’고 투덜댔더니 자기는 박사를 하러 여기에 왔고 호기심이 풀리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맞받아쳤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때부터 학문과 기술 자체를 중심에 놓고 있는지 늘 점검한다”며 “우리나라에서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급의 기술 인재가 나오지 않는 것도 학문이나 호기심 자체보다 인정이 최우선되는 마음가짐 때문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어깨너머로 배우던 중 창업을 마음에 품기 시작한 것은 AI 때문이었다. 김 대표가 머지않아 AI 기술이 상용화될 것으로 예견했던 시점은 2015년이다. 그때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하나둘 AI 석학과 기업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며 기지개를 켜던 시기였다. 구글은 2014년 데미스 허사비스로부터 영국 AI 기업 딥마인드를, AI 4대 석학 중 한명인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로부터 DNN리서치를 인수했다. 바이두는 2014년 또다른 AI 석학인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를 수석 과학자로 영입했다. 당시만 해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만 알려진 페이스북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얀 르쾽 뉴욕대 교수를 공들여 영입하는 등 이 전쟁에 참여했을 정도다.

챗GPT가 촉발한 AI 혁명은 AI 모델 구조(아키텍처)에서 시작돼 최근 반도체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김 대표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한국 시스템반도체도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낙관한다. 그는 “우리는 메모리반도체에서는 확고부동한 1위고 제조 공장 경쟁력 면에서도 2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것은 시스템반도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반도체 업계를 ‘사냥에 서툰 야수’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동물로 치면 야수인데 아직은 제대로 된 먹이를 잡아본 적 없는 야수인 셈”이라며 “하지만 어느 때보다 대외 여건이 조성됐고 국가적으로나 산업적으로 기대가 올라와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내다봤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 '록밴드 퀸 좇다 공학도 길로…AI 매력에 빠져 창업했죠'[CEO&STORY].
김녹원 딥엑스 대표가 이달 3일 경기 성남시 딥엑스 본사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무실 입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김연아 이후 빙상계가 그랬고, BTS 이후 한국 대중음악계가 그랬듯이 반도체에서도 중요한 것은 한방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하나의 사례가 나오면 이후에는 좋은 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이 우르르 나올 수 있다고 본다”며 “김연아 선수가 성공한 뒤 좋은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우르르 나오고 박지성 선수의 활약 이후에 해외 진출이 일상화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어 “산업계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적으로 반도체에 대한 열망과 기대가 무르익었고 역량도 충분하다”며 “그런 저력을 생각하면 하나의 성공 사례가 나오면 될 것이고 딥엑스가 그런 기업 중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첫 제품 양산을 앞둔 현재까지 오는 데 수많은 행운이 작용했다며 ‘딥엑스는 참 운이 좋은 회사’라고 전했다. 회사는 올 4분기 4개 종류로 구성된 1세대 칩 양산에 나선다. 그는 “양산 경험도 없는 저희로서는 넘어야 할 산이 하나둘이 아니었지만 기적 같은 일이 반복되며 여기까지 왔다”며 “아마 우리가 시도하는 도전의 진정성을 많은 조력자들이 알아봐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첫 제품으로 4개 제품을 양산하는 사례는 우리가 처음이며 관계자들이 알아준 저희 제품의 품질과 진정성이라면 세계 1위 온디바이스 AI 기업도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He is…

△1978년생 △UCLA 전자공학 박사 △2008~2010년 IBM T.J 왓슨·브로드컴 방문 연구원 △2011~2014년 시스코시스템스 근무 △2014~2017년 애플 근무 △2018년~ 딥엑스 대표이사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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