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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계획에 없었는데”…쿠팡, C-커머스 공습에 ‘휘청’

비즈워치 조회수  

그래픽=비즈워치

지난해 사상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던 쿠팡이 지난 1분기엔 고배를 마셨다. 매출은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게다가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C-커머스)의 한국 진출에 따른 타격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C-커머스의 공세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 중인 알리와 테무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쿠팡의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올해 C-커머스의 공세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의 대응 방안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좋다가 말았네

쿠팡은 지난 1분기 매출액 9조4505억원(71억1400만 달러)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9조원대를 돌파했다. 전년 대비로는 28% 성장해 외적으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 지난해 인수한 ‘파페치’의 매출 3825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성장률이 20%를 웃돌았다. 

하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웃을 수 없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1% 줄어든 531억원(4000만 달러)에 그쳤다. 당기순이익은 1160억원에서 318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 2022년 3분기 흑자전환을 이뤄낸 이후 7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선 셈이다.

쿠팡 분기 실적/그래픽=비즈워치

쿠팡의 실적 부진 원인은 C-이커머스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전체 해외직구의 41%를 차지했던 중국 직구 비중은 지난해 3분기에 50%를 넘어섰다. 올해는 지난 1분기 57%까지 급증했다. 지난 1분기 직구 금액도 전년 대비 30% 증가한 9384억원이었다. 알리와 테무 등이 ‘초저가’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그 이상인 셈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6조원 이상의 누적 적자를 안고 있는 쿠팡이 또다시 고난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쿠팡의 1분기 누적 결손금은 전년 대비 4% 늘어난 5조8159억원이다. 지난 2022년 분기 흑자 전환, 지난해 연간 흑자 전환을 통해 ‘계획된 적자’를 마무리하는 듯 했지만 C-커머스의 예상치 못한 등장에 일격을 당했다.

‘충성고객’은 없다

쿠팡 역시 C-커머스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과의 경쟁에서는 로켓배송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비교우위를 가져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알리와 테무가 압도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초저가’를 내세우면서 쿠팡이 가진 경쟁력이 희석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8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5600억달러(약 761조원) 규모의 거대하고 세분화된 커머스 시장에서 우리 점유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라며 “고객은 구매할 때마다 새롭게 선택을 하고, 더 좋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소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리와 테무가 국내 시장에 상공적으로 안착한 것은 더 이상 유통 시장에서 ‘락 인(Lock in)’효과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전체 해외 직구 중 중국 직구 비중/그래픽=비즈워치

문제는 앞으로 C-커머스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알리는 지난해 매출 170조원, 영업이익 23조3000억원을 올린 세계 최대의 이커머스 기업이다. 테무(핀둬둬) 역시 매출 46조원, 영업이익 11조원을 거뒀다. 수 조원의 누적 적자를 안고 있는 쿠팡과는 사용할 수 있는 가용 자원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알리와 테무가 지난해의 과감한 투자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만큼 올해는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MAU(월간 사용자 수) 기준으로 알리와 테무는 쿠팡에 이은 국내 이커머스 2, 3위 플랫폼으로 올라선 상태다. 지난해는 ‘가입자 모으기’에 집중한 해였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매출 끌어올리기’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다.

쿠팡의 주특기 ‘투자 강화’

쿠팡도 C-커머스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투자 확대’다. 지난해 흑자전환 이후 쿠팡은 그동안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수익성 강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쿠팡은 다시 대규모 투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 세계에서 쌓은 차이나 커머스의 경험과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쿠팡도 투자를 더 강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며 “상품군 확대, 고객 혜택 강화 등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는 차별화된 전략을 만들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컨퍼런스콜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물류 투자를 통한 무료배송 확대와 국산 제품의 구매·판매 규모를 지난해 17조원에서 올해 22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가품 우려가 있는 중국산 극초저가 상품에 소비자들의 불신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품질이 우수한 한국 상품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쿠팡의 ‘쿠세권’ 확대 전략/사진제공=쿠팡

앞서 쿠팡은 오는 2026년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자해 경북 김천과 전남 광주 등에 신규 물류센터 8곳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전국 시군구의 70% 수준인 로켓배송 지역을 9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최근 가격 인상으로 논란이 됐던 유료 멤버십 ‘와우’도 혜택 강화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지난 3월 도입한 쿠팡이츠 무료배달을 시작으로, 지난해 4조원을 투입했던 무료배송·반품·멤버십 전용 혜택 서비스에 올해는 5조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김 의장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진출은 유통업계의 진입장벽이 매우 낮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최고의 상품과 가격으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워치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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